“지방 집값 바닥 쳤나"…부쩍 늘어난 서울 '큰손'들의 '원정투자'

입력 2019-10-09 11:42 수정 2019-10-0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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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주변 일대 주택가 전경. [사진 제공=연합뉴스]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주변 일대 주택가 전경. [사진 제공=연합뉴스]
조선업 몰락으로 주택시장까지 침체했던 경남 울산과 거제지역에서 서울 거주자들의 부동산 원정 투자가 늘고 있다. 장기간 집값이 약세였던 이들 지역에서 최근 하락폭이 둔화하고 일부는 상승 전환하는 등 ‘바닥권’ 인식이 확산하면서 투자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감정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주택 매매 거래 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경남에서 거래 신고된 주택 가운데 서울 거주자가 매수한 주택은 총 58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96건)에 비해 47.7% 증가했다. 이 기간 경남지역 주택 전체 거래량은 2만4846건으로 전년 동기(2만5022건) 대비 줄었는데도 서울 거주자의 매수 건수는 오히려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조선업 침체로 집값이 장기간 하락했던 거제시의 경우 서울 거주자의 주택 매수 건수가 올해 8월까지 총 15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4건)보다 6배 넘게 증가했다.

울산 역시 올해 서울 거주자의 이 지역 주택 매수 건수는 총 114건으로 작년 동기(85건)보다 34% 늘었다. 울산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남구의 경우 서울 거주자의 매수 건수가 53건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작년 동기(24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거제시는 서울과 거제시를 제외한 기타지역 거주자의 주택 매수 건수(448건)가 전년 같은 기간(600건)보다 25.3% 감소한 반면 울산은 서울과 울산을 제외한 기타지역 거주자의 주택 매입 건수도 1218건으로 작년 동기(885건)대비 37.6% 늘었다. 외지인의 매수 유입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울산·거제 등 장기간 집값이 하락했던 곳에서 원정 투자 수요가 유입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울산의 경우 남구와 같은 부촌과 중구 재개발 구역 등지에 외지인 투자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원정 투자가 이처럼 증가하는 것은 집값이 내려갈 만큼 내려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한데다 올 들어 조선업 수주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경남 집값은 2016년 5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뒤 올해 9월까지 3년4개월동안 내려앉았다. 이 기간 누적 하락률은 주택은 9.75%, 아파트는 17.47%에 달한다.

조선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던 거제시 아파트값은 이 기간 33.27%, 울산 아파트 가격은 16.38% 미끄러졌다.

업황 회복세를 보이는 울산과 거제 외에 부산과 대구에서도 원정투자도 늘고 있다. 올해 서울 거주자의 부산 해운대구 주택 매입 건수는 113건으로 작년 동기(93건) 대비 21.5% 늘었고, 대구도 올해 서울 거주자의 주택 매수 건수가 966건으로 작년(924건)보다 5%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거주자들이 종합부동산세양도세 강화, 대출 제한 등 전방위적인 규제를 피해 규제가 없는 지방으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지방의 경우 종부세 중과 대상에서 빠지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혜택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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