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감] ‘행정부 감시ㆍ견제’가 무색한 국감 중반…‘조국’에 매몰돼 ‘정책 실종’

입력 2019-10-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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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 조 장관 업무수행 충돌 질의…교육위, 조 장관 자녀 장학금 쟁점

▲오세정 서울대학교총장이 10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정 서울대학교총장이 10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국감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조국 이슈'에만 매몰된 20대 국회 국감 중반은 정쟁으로 얼룩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는 10일 기재위원회, 교육위원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등 14개 상임위원회에서 8일 차 국정감사를 이어갔다. 다수의 상임위에서 조 장관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격돌했다.

정무위는 국민권익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조 장관의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업무 수행에 이해 충동 여지가 없는지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조 장관이 검찰개혁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특수부 축소 등 여러 부분에서 검찰을 압박하고 조 장관 일가족 수사를 방해한다고 국민은 생각한다"며 "직무를 이용해 명백히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장관이 수사에 관여하거나 방해를 끼쳤을 때가 문제"라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이해 충돌에 해당하듯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맞섰다.

이에 권익위는 '법무부 장관 배우자가 검찰 수사를 받는 경우 장관과 배우자 사이에 직무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은정 위원장은 "다만 법령상으로는 직무 관련자가 이해관계자이면 권한을 행사했느냐를 떠나 신고를 하게 돼 있다"면서 "검찰이 수사 중인 만큼 (의혹의) 진위가 판명되면 행동강령 위반 여부 등이 판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교육위에서는 서울대학교 등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하면서 조 장관 자녀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 서울대 환경대학원 장학금 수령 문제 등을 쟁점으로 삼았다.

교육위는 시작부터 한국당 의원들이 조 장관 자녀의 장학금 수령 의혹과 관련한 지도교수 추천서, 신청서 작성 내역, 장학금 지급 내역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해 진통이 상당했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아들의 실험실 출입 특혜의혹 관련 자료제출을 요청했다.

한국당 소속 김한표 간사는 “서울대학을 비롯한 피감기관에서 자료 제출하는 것이 영 비협조적”이라며 “위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에는 성실하게 임해 주시기 바란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희경 한국당 의원은 조 장관 딸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에 대해 “서울대에서 자료를 받아서 본 인권법센터 공고 내용을 보면 해당 공고 내용이 없다”며 “내지도 않은 공고를 봤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공익인권법센터 행정을 담당하는 컴퓨터가 오래되고 고장이 나서 올해 초에 폐기했다”며 “공익인권법센터를 압수수색하지는 않았는데 검찰에서 요청한 자료들은 다 보냈다고 한다. 검찰에서 보고 있고 거기서 결과가 나오는 게 정확한 결과일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나 원내대표를 거론하며 "나 원내대표의 아들인 김모 씨가 미국 세인트 폴 고교 재학 중 서울대 의대 소속 윤모 교수 논문에 제1 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예일대 입학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언급했다.

과방위도 한국연구재단을 상대로 한 국감에서 조 장관 자녀의 논문 의혹에 대해 질의가 쏟아졌다. 정용기 한국당 의원은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을 향해 "조 장관의 자녀가 수행했다고 하는 신생아의 유전자 분석 관련 연구에 대해 연구 윤리 및 의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법사위에서는 감사원을 대상으로 조 장관 문제에 대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이 여당을 중심으로 나왔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선 조국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상속세 납부 문제가 거론됐다.

여야 지도부 역시 각각 검찰과 법원을 비판하면서 조국 공방을 이어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사법개혁 법안을 언급하며 "검찰개혁을 둘러싼 사회갈등이 반복되지 않도록 신속하고 명쾌하게 검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 장관 동생의 영장을 법원이 기각했다는 점을 지적한 뒤 "청와대 맞춤형 기각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남은 10여 일의 국감 기간에도 정책은 '실종'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치권 안팎에서 20대 국회는 이래저래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안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야는 이러한 우려에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는 지난 7일 정치개혁과 사법개혁 관련 법안 등 논의를 위한 '정치협상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정치협상회의는 정치 현안 해결에 방점이 있다"며 "회의를 수시로 정례화하되, 6명(국회의장 여야 5당 대표)이 모두 만나는 회의 외에도 양자ㆍ삼자 간에도 계속 만나자는 문 의장의 제안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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