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외과교수 "한국 최소침습수술은 세계 최고수준"

입력 2019-10-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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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학논문평가기관서 권위자로 선정 "'빅5' 아닌 '굿5' 병원 찾는 의료환경 돼야…환자와 의사 신뢰관계가 중요"

▲한호성 서울대 의대 외과 교수(국군수도병원장)  신태현 기자 holjjak@
▲한호성 서울대 의대 외과 교수(국군수도병원장) 신태현 기자 holjjak@
“전 세계에서 복강경 수술(최소침습수술)로 최고 순위에 오르게 돼 영광이죠. 더불어 국내 복강경 수준이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한호성 외과 교수(국군수도병원장)는 ‘2019년 최소침습수술 권위자로 아시아 2위, 한국 1위’에 선정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지난 8월 의료 전문가 및 기관의 순위를 발표하는 미국 의학 분야 논문평가기관 ‘익스퍼트 스케이프(Expert scape)’는 최소침습 수술 권위자로 한 교수를 선정했다. 특히 이번 결과는 복강경 수술을 하고 있는 흉부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등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그동안 국내 복강경 술기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그의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다시 한번 인정받은 셈이다.

복강경 수술은 환자의 배에 1㎝ 이내의 작은 구멍을 통해 복강경 기구를 배 속에 넣고 문제 부위를 절제하는 방식이다. 개복수술보다 출혈의 위험성과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수술 후 흉터가 적은 것이 장점이다.

한 교수는 고난도로 꼽히는 간암 치료에 이러한 복강경을 도입해 국내 최초로 간 절제술에 성공했으며, 복강경 우후구역 간엽 절제술, 복강경 중앙 이구역 간엽 절제술 등 거의 모든 간 구역에서 해부학적 간절제를 세계 최초로 진행했다. 췌장암 역시 복강경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원위부 췌장 절제술, 췌십이지장 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했으며, 소아환자에게 세계 최초로 복강경 간 절제술을 시행한 사례가 세계적인 학회지에 소개되며 간암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그는 이 같은 독보적인 술기를 후배들에게 전수할 수 있도록 ‘복강경 간 수술 연구회’를 만드는 등 국내 복강경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 교수는 “현재 보편화된 국내 복강경 간 수술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국내 복강경 간 수술에 대한 위상이 알려져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유수 병원의 의사들이 매년 한국을 많이 방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분당서울대병원은 간암 복강경 수술 환자의 5년 생존율이 국내 간암 전체 5년 생존율 50%보다 높은 79%로 끌어올렸다. 특히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부분에 발생한 암 수술 실적 역시 10%대에 머물고 있는 5년 생존율을 30%로 높였다.

서울대 의대 외과 교수 및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암센터장, 대한복강경내시경외과학회 이사장 등을 두루 역임하고 외과 의사로서 20년간 많은 아이디어들을 실행해 옮기며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고 있는 한호성 교수. 그는 “2000년 초 상처가 많이 남고 긴 회복시간이 필요했던 간암 수술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수술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당시 생소했던 복강경을 시도하게 된 것”이라며 “최소침습수술에 이어 현재는 또 다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며 새로운 도전들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의 새로운 도전 중 하나는 항염증제(소염진통제)가 암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임상연구와 유전자 변형 없이 화학물질 처리로 역분화시킨 줄기세포에 관한 동물실험 연구다.

그는 “항염증제가 암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임상연구가 최근에 마무리됐다” 며 “항염증작용이 암 환자에게 좋다고 밝혀지면 많은 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회복되지 않는 장기들을 재생시킨다는 목표로 줄기세포 연구에도 몰두하고 있다. 그는 “화학물질 처리로 역분화시킨 만능줄기세포(STC-nEPS)에 대한 동물실험을 진행했다”며 “면역거부반응이나 종양 발생 건수가 전무한 유의미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어 임상실험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코렌망과 빅데이터센터 클라우드를 이용한 표준화된 의료데이터 구축 관련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정보화진흥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함께 ‘의료 네트워크 협의체’를 구성했으며, 복잡한 관련 규제 철폐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쉼 없는 연구와 바쁜 수술 일정 가운데 최근 그에게 큰 중책이 맡겨졌다. 지난 8월 제26대 국군수도병원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율동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은 1949년 부대 창설 이후 군 최고의 진료병원으로 140여명의 전문의가 의료서비스를 담당하며 장병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곳이다.

그는 “국군수도병원은 중앙상황실의 조정 하에 장병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헬리콥터를 띄우는 등 이들을 위한 최상의 진료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며 “분당서울대병원과 협의체를 만들고 진료·인력교류 등을 통해 3년 임기 내 국군수도병원을 최상의 수준으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건강한 의료문화를 조성하는데 계속 앞장서겠다는 목표도 강조했다. 한 교수는 “세계화되고 있는 의료기술과 달리 3차의료기관 환자쏠림 등 개선되지 않는 국내 의료환경이 안타깝다”며 “ 일부 대형 병원을 칭하는 ‘빅(big)5’가 아닌 실력·친절·배려를 바탕으로 최선의 진료를 다 하는 ‘굿(Good)5’병원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의료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분위가 자리잡는다면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게 되고 의사들은 환자들의 건강 개선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 질 수 있지 않겠냐”며 “이러한 여건 조성에 힘을 보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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