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청약가점 '인플레'에… 3040은 분양시장 '들러리'

입력 2019-10-1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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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10-13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분양가 규제로 청약 당첨가점 '껑충'… 실수요자 젊은층 청약 엄두 못내

아파트 분양시장이 청약가점 고점자들의 리그가 됐다. 청약가점 고점이란 조건과 중도금 대출 없이 분양가 9억 원 이상의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능력자’가 분양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는 것이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첨 가점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청약가점이 70점대는 돼야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를 분양받을 판이다. 청약가점 만점(84점)에 가까운 고점자들이 당첨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청약을 신청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계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주택자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돌파구로 생긴 청약제도에 어느새 양극화 현상이 짙어졌다.

◇청약당첨 기본 조건된 ‘무주택기간 15년+청약통장 가입 17년+α’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서울 송파구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거여마천뉴타운 2-1구역 재개발 아파트), 동작구 ‘이수 푸르지오 프레티움’(사당3구역 재건축 아파트)의 평균 당첨가점은 각각 65점, 67점이었지만 최고 가점은 두 곳 모두 79점이었다.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의 경우 당첨 문턱에 가보지도 못하고 떨어진 청약 신청자 최저점은 26점(전용면적 84㎡C타입)이었다.

얼마 전 분양한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아파트) 최고 가점 역시 79점으로, 평균 당첨가점은 68.9점에 달했다. 이 단지의 6개 평형 중 4개 평형의 최저 당첨가점이 60점대 후반이었다.

청약시스템을 운영하는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를 보면 민영주택의 가점·추첨제는 주거 전용면적과 규제지역 범위에 따라 비율이 달라진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 물량은 100% 가점제를 적용한다. 전용 85㎡ 초과 물량은 가점·추첨제 50%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청약과열지역에서는 전용 85㎡ 이하 물량은 가점제 75%, 추첨제 25% 비율로 나뉜다. 해당 지역에서 전용 85㎡ 초과 물량에 대한 비율은 가점제 30%, 추첨제 70%로 각각 설정됐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 기간(32점)과 통장 가입 기간(17점), 부양가족 수(35점)에 따라서 점수가 매겨진다. 만점은 총 84점이다.

최근 서울 신규 분양 단지에서 잇따라 나오는 79점은 청약가점 만점(84점)에서 불과 5점 낮은 점수다. 무주택 기간과 저축 가입 기간이 모두 만점이라고 해도 본인을 제외하고 부양가족 수가 5명(30점)이어야 한다. 부양가족 수가 4명이면 무주택 기간과 저축 가입 기간에서 만점을 받아도 가점이 74점에 불과하다.

집값 안정을 위한 극약처방으로 나온 분양가 상한제가 아이러니하게도 30·40대의 아파트 청약 당첨은 까마득해졌다. 분양가 상한제의 최대 피해자는 30대라는 말이 나도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청약시장에서 비강남권은 55점 이상, 강남권은 ‘로또 분양’ 가능성이 더 커질 예정이어서 65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인기 지역의 주요 단지는 그나마 45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30대가 내 집 마련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청약가점제의 조건인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 부양가족 중 30대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항목은 거의 없다”며 “30·40대의 청약가점은 대부분 30~40점대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고점자 당첨 집중 현상 해소 방안 있나

청약시장에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젊은층이 소외당하고 있다. 청약가점이 낮다 보니 청약을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다. 가점보다는 추첨에 의지해야 할 처지다. 청약가점제는 2007년 9월에 처음 도입됐다. 그전까지는 소위 ‘운발’이 전부인 추첨으로 청약 당첨자를 선정했다.

이에 청약시장에서 소외당하는 청약저점자를 위한 해소 방안으로는 추첨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예비청약자들의 관심이 높은 인기 지역·주택 유형의 가점제 비율이 높은 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청약가점제가 특정 계층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전락한 만큼 가점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춘욱 숭실대 겸임교수는 “청약이 가점제로 전환한 후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집값이 급등한 것은 청약 당첨 기회를 갖기 어려운 회색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청약을 포기하고 기존 주택 매매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추첨비율을 지금보다 늘리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청약제도가 너무 복잡해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며 “주택 공급 우려와 집값 상승 불안감에 청약시장이 과열을 빚는 만큼 시장을 안정시키는 조치를 취하면 청약 열기는 사그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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