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채권 왈가왈부] “떡(금리인하) 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시즌2

입력 2019-10-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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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10-15 01: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한국은행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이미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 한은이 이같은 분위기를 추수해 인하를 단행할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사진은 8월30일 금통위 직전 이주열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연합뉴스)
▲한국은행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이미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 한은이 이같은 분위기를 추수해 인하를 단행할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사진은 8월30일 금통위 직전 이주열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연합뉴스)
“떡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고개를 넘던 엄마를 향해 호랑이가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떡 하나를 던진다. 그리고 또 한고개. 어느새 나타난 호랑이가 엄마를 향해 “떡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를 반복한다.

엄마는 결국 호랑이에게 떡을 다 빼앗기고 마침내 목숨까지 잃는다. 엄마까지 잡아먹은 호랑이는 그 자식들까지 잡아먹기 위해 자식들이 기다리고 있는 엄마 집을 향한다. 전래동화 ‘해님과 달님’중 한 내용이다.

떡 ‘금리인하’, 호랑이 ‘정치권, 정부 혹은 시장’, 엄마 ‘한국은행’, 자식 ‘경제’로 대입해보면 지금 상황과 유사하다는 생각이다.

호랑이가 엄마를 향해 떡달라고 외치는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엄마는 또 그럴때마다 별다른 저항없이 떡을 던지고 있다. 종국에는 자식들까지 잡혀 먹힐 수 있다는 것을 모르면서 말이다.

2014년 8월 기자가 타사에 재직할 당시 썼던 ‘[채권왈가왈부] “떡(금리인하) 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기사의 한 대목이다. 당시 한은은 이 기사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2.50%에서 2.25%로 인하했다.

2014년 호랑이는 박근혜 전 정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정부였다면, 2019년은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한 시장에 빗댈수 있겠다. 최근 채권시장을 보면 요 며칠 조정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리인하 압박은 여전히 거세기 때문이다.

실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4일 기준 1.281%를 기록하며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타깃으로 하는 한은 기준금리(1.50%)보다 21.9bp나 낮다. 이런 장단기금리 역전은 4월24일 이래 6개월째 해소된 적이 없다. 그 사이 한은은 3년1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 금리인하 이론과 현실 = 성장세가 떨어지고,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경제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경제학적으로 따진다면 이럴 경우 완화적 경제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은 필수다.

다만 이론과 현실은 다른게 작금의 상황. 이주열 한은 총재조차도 지난달 인천연수원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 전환의 가장 핵심 변수로 미중 무역협상과 반도체 경기 반등을 꼽았다. 이달 열린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는 통화정책 효과가 예전같지 않은게 사실이라고 실토하기도 했다. 오히려 공격적인 금리인하보다는 재정정책이 나설때라는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되고,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까? 그렇다고 물가가 오를까? 답은 “아니올시다”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주요국들처럼 마냥 금리인하에 나설 수도 없다. 기축통화국인 그들의 금리인하에는 통화전쟁도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이자 환율시장에선 주변국에 그치고 있는 우리로서는 환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통화정책에 분명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간 스몰딜이 이뤄졌다. 스몰딜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미 연준(Fed)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는 줄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긴축적인 것도 아니다. 이 총재도 밝혔듯 현 상황은 이미 완화적 수준이다. 과거 기준금리를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까지 낮출 때의 전철을 다시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런 대목이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역사적으로 가장 낮았던 1.25%로 떨어뜨리기 직전 금통위였던 2016년 5월 이 총재는 “2%에서 1.75%로 한다든가 1.75%에서 1.50%로 갈 때도 그 전의 상황에서도 현재의 금리수준이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다, 부족하지 않다, 또 완화적이다 이런 표현을 써왔다. 단지 그 때의 금리조정은 늘 완화적인데 더 완화적으로 가느냐 마느냐 그 차원에서 결정을 한 사항”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추가 인하를 단행했지만 긍정적 효과보단 가계부채 문제를 더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결국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은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잖아도 벌어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늘고 있다. “구조개혁을 위해 금리인하를 했지만 구조개혁은 없고 남은 것은 금리인하뿐이었다”고 언급한 현직 한은 금통위원의 언급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겠다.

미중 무역협상 말고도 브렉시트 등 대내외 경제환경을 위협하는 요인은 부지기수다.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반면, 한은은 이미 기준금리 실효하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큼 추가 인하 여력이 많지 않다.

◇ 10월 금통위 어떤 결정이든 채권시장은 조정 = 한은이 금리인하를 한다면 누가 좋아할까를 생각해보면 우선 떠오르는 곳은 정부다. 이미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적자국채로 발행하겠다는 물량이 60조2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적자국채 물량 31조9000억원의 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은이 금리인하를 해준다면 정부로서는 적자국채 발행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한 곳은 채권시장이다. 금리인하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한가지 주의할 대목이 있다.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하든 인하하든 채권시장은 조정장세를 보일 것이라는게 시장 컨센서스라는 점이다.

채권시장은 한은 통화정책의 파급효과를 직접적으로 가장 먼저 받는 곳이다.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시장금리가 오른다면 한은이 기대하는 통화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의 금리인하는 효과는 별로 없는 정책이 될 공산이 크다.

다시 앞서 언급한 예전 기사의 말미를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경제를 살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꾸준한 구조조정이 필수다. 전전 총재인 이성태 총재시절 당시 출구전략이 논의되면서 우리경제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금융통화위원회가 고민했었다. 최근에도 금통위가 이런 고민을 쏟아낸바 있다. 그만큼 우리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지금상황에서 떡을 던지는 것은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막아 우리경제를 궁극적으로 부실하게 만들 것이다. 떡의 달콤함이 입안에서 채 가시기전에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과연 엄마는 이번에 떡을 주지 않을수 있을까. 그리고 또 종국에는 자식을 지킬수 있을까.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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