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이런 로컬은행들의 성장성을 확인하고, 올해 7월 베트남 국영상업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에 1조249억 원을 투자해 지분 15%를 인수했다. 기업 거래만 하는 BIDV에 소매금융을 심어 더 큰 이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의 이런 의지는 로컬은행을 인수하는 것을 넘어 현지 당국이 주도하는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 ‘태양광 발전 사업’에 적극 투자 = 하나은행 호찌민지점은 아직 법인 허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김상수 하나은행 호찌민지점장은 현 상황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생각하고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상 중이다. 그중 하나가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 참여다. 현지 당국이 사회간접자본시설과 관련된 공사를 진행하면, 시공사에 건설비용을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올해 7월 베트남 남부에 위치한 산업단지 내 부지 60ha를 차지하는 태양광 발전 단지가 들어섰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공사가 진행됐으며, 현재 발전 단지가 상업운전 중이다. 베트남전력공사가 20년간 이곳에서 전력을 구매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하나은행은 이곳 관리 운영사인 수산인더스트리에 대출을 해줬다. 김 지점장은 “현재 하나은행이 법인 설립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 리테일 영업이 불가능하다”면서 “리테일 영업은 못하더라도 우리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수익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지점장과 직원들의 노력은 매년 수치로 증명된다. 지난해 12월 하나은행 호찌민지점 당기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6배 증가한 306만 달러(약 36억3200만 원)를 기록했다. 호찌민지점을 처음 개점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당기순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2017년 6월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김 지점장은 “하나은행 호찌민지점은 대부분이 기업 거래이기 때문에 금액 단위가 커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익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면서 “이제 베트남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타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갖추게 됐다”라고 말했다.
베트남 평균연령이 30세, 휴대폰 보급률은 60%에 달하는 만큼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부문에서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인수한 BIDV의 영업망과 연계해 디지털 활용 영역을 늘리고, 비대면에 적합한 FX거래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김 지점장은 “베트남에는 핀테크 업체는 물론 페이 기능을 결합한 앱도 많아서 김정태 회장님 역시 핀테크 분야를 집중적으로 개발하라고 강조한다”면서 “식당이나 카페에 와이파이가 안 터지는 곳이 없을 정도로 베트남 국민들이 휴대폰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 서비스에 디지털을 결합하는 일은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