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고광현 항소심 시작…"대국민 사기극"vs"사익 추구 아냐"

입력 2019-10-16 14:00 수정 2019-10-1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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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뉴시스)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뉴시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에 대비해 증거인멸을 지시ㆍ실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광현(62) 전 애경산업 대표가 항소심이 시작됐다. 검찰은 고 씨의 증거인멸 혐의를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지적한 반면 변호인 측은 “사익을 취한 것이 아니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재판장 이근수 부장판사)는 16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고 전 대표와 애경산업 전 전무 양모 씨, 애경산업 경영지원팀장 이모 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원심이 판단한 ‘파란 하늘 맑은 가습기’ 관련 파일이 압수수색 당시까지 남아있었기 때문에 폐기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부분은 사실을 잘못 본 것”이라며 “검찰이 최모 씨의 처갓집에서 압수한 물건은 파일의 외형으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분리된 두 묶음의 서류 뭉치”라고 말했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매우 중요한데 애경산업과 피고인들은 대국민 사기극을 벌여왔고 범행 수단이 매우 대담하고 조직적으로 실행됐다”며 “은닉 증거가 매우 중요한 것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원심의 형은 상당히 가볍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고 전 대표와 이 팀장은 법리 오해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의 증거인멸은 피고인들이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공식적인 의사결정을 거쳐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한 것”이라며 “피고인들 개인이 이익을 취득하려고 한 점이 없다”고 맞섰다.

1심에서 혐의를 인정한 양 전 전무 측 변호인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과 책임 규명에 지장을 준 것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겠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직책 변경으로 법무 업무를 맡게 됐고 민간기업의 임원이 기업 자체 방향을 거스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고 전 대표 등은 2016년 2월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수사에 대비해 애경산업에 불리한 자료를 폐기ㆍ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고 전 대표의 지시에 따라 검찰 수사 개시 직후 애경산업 및 산하 연구소 등 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PC와 노트북에서 관련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같은 해 10월 국정조사가 종료된 후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핵심 자료들은 은닉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당시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에 대비해 태스크포스(TF)팀을 조직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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