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수출은 10개월 연속 뒷걸음질치고 있고, 올 경제성장률(GDP)도 2%를 지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크다. 소비자물가는 사실상 두달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특히 9월 기대인플레이션은 사상 처음으로 2%를 밑돌았다.
반면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이상 제로(0%) 금리까지 기준금리를 떨어뜨리기 어려운데다, 금리수준이 이미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서다.
◇ 경제 내년엔 좋아질지가 관건, 실효하한·효과성 논란도 확대 = 한은은 세계경제 성장세는 물론이거니와 국내 실물경제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미중 무역분쟁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세계교역이 위축되면서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 경제지표가 부진한 상황이다. 유로지역과 중국의 2분기 GDP는 각각 전기대비 0.2%와 6.2%에 그치고 있다.
국내 경제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9월중 수출은 통관기준 44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과 견줘 11.7%나 감소했다. 8월중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전년 85억5000만달러에서 52억7000만달러로 축소됐다. 8월중 제조업 생산도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1.5% 줄었다.
다만 올해보단 내년 경제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내년에는 금년보다 성장률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대외여건이 다소 개선되면서 세계경제 성장률과 교역신장률이 금년보다 높아질 것이며, 반도체경기도 점차 회복돼 수출과 설비투자가 나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부정적 견해도 여전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 하향흐름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간 통상갈등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미국 경기도 활력이 떨어져 있다”며 “당장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를 자제하는 분위기나 내년에 한두차례 더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정책금리 실효하한과 효과성 논란도 거세질 조짐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역사상 가장 낮은 금리수준에 와 있다. 한번 더 인하한다면 선진국과의 금리차를 감안할 경우 실효하한일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인하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 이상 신중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추가 인하시 심리적 충격과 함께 자본이동도 생각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리스크도 있지만 국내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으로 돈이 흘러갈 경우 이미 소비를 제약하는 수준에 와 있는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제조업 구조조정도 늦춰질 수 있다”며 “기준금리가 너무 낮을 경우 자체적인 가격기능 상실은 물론 실물경기에도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이주열 총재도 “실효하한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는 기축통화국에 비해 조금 더 높은 수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인식을 금통위원들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당분간 동결행진엔 의견일치 = 한은과 이 총재가 “정책여력은 남아 있다”면서도 “두차례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힘에 따라 추가 인하여부에 대한 관측도 엇갈리고 있다.
다우존스 보도에 따르면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추가 완화를 위한 한은의 정책적 여력이 제한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한은이 당분간 금리 인하를 멈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실효하한을 앞두고 정책의 신중성이 높아졌다. 또 금통위 입장에서는 할 일은 했다는 인식이 높을 것”이라며 “당장 금리인하의 시급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둘기파(통화완화파)인 조동철·신인석 위원이 다음달 또다시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내놓을지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