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소비가 위축되자 대형마트들이 돼지고기 가격 추가 인하에 나섰다. 돼지열병 발병 직전 국내산 삼겹살을 100g당 1980원에 판매하던 대형마트들은 일주일 전 1680원으로 15% 낮췄고, 17일부터는 10%가량 또다시 추가 할인에 돌입한다.
이마트는 23일까지 1등급 이상으로 선별한 국내산 냉장 삼겹살, 목살을 각각 100g당 1580원에 판매하다고 17일 밝혔다. 돼지열병 발병 이전에 삼겹살을 1980원에 판매하던 이마트는 10일부터 16일까지 1680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여기에 다시 6%(100원) 더 가격을 낮춘 것이다.
홈플러스 역시 종전에 100g당 1980원에 팔던 국산 냉장 삼겹살을 11일부터 1690원으로 내려 판매해왔고, 17일부터는 다시 1490원으로 떨어뜨렸다.
롯데마트도 전날까지 1680원에 판매해왔던 국산 냉장 삼겹살과 목심에 가격 변화를 주기로 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현재 가격을 검토 중으로 18일부터 새로운 가격이 반영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이 경쟁적으로 돼지고기 가격 인하에 나서는 것은 돼지고기 수요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A대형마트의 돈육 판매는 최근 2주간(10월 2~15일) 전년 동기 대비 18.1% 떨어졌다. 대신 같은 기간 우육은 32.7% 치솟았고, 계육은 1.4% 상승했다.
B대형마트 역시 9월 23~29일 돈육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7% 줄었고, 9월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는 11.5% 판매가 줄어들었다. 반면 수입소고기와 닭고기는 각각 18.5%, 4.4% 늘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10일 일제히 삼겹살 가격을 종전보다 15%가량 낮춘 1680원 전후로 판매해 왔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실제로 B대형마트의 7일부터 13일 돈육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5% 줄어들며 계속해서 역신장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수입소고기는 22.5%, 닭고기는 9.1% 증가해 갈수록 매출 상승폭이 커지는 추세다.
돼지고기 인기가 떨어지면서 돼지 도매가가 하락한 부분도 크다. 축산물품질평가의 축산유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전국 기준 돼지 경매 시장 가격은 ㎏당 4558원이었지만, 전날(17일) 도매가는 3365원으로 26% 떨어졌다.
소매가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6일 삼겹살(국산냉장)의 중품 100g당 가격은 1867원으로 지난달 16일(2013원)에 비해 7% 낮아졌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돼지를 찾는 소비자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고정 수요가 있어 우려했던 만큼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도매가가 떨어지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