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감자’ 농사… 1년새 3배 늘었다

입력 2019-10-17 15:46 수정 2019-10-1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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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감자를 결정한 상장사들이 늘고 있다. 자본잠식 상황을 피하기 위한 시도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선 주주가치 희석은 물론, 주가 급락 사례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감자를 결정하거나 완료한 상장사는 총 28개다. 이 중 21개 기업이 결손금 보전을 위한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 동안 감자를 공시한 상장사는 10개, 결손금 보전을 위한 무상감자를 실시한 기업은 7개였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를 단행한 기업이 1년 만에 3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코스피 기업 중에선 동부제철, 고려개발, 웅진에너지, 키위미디어그룹, 코스모화학 등 총 9개가 결손금 보전을 이유로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코스닥에선 나인컴플렉스, UCI, 바른전자, 뉴인텍, 와이디온라인, 지투하이소닉, 파인넥스, 퓨전데이타 등 12개 기업이다. 동남합성, 미원상사 등은 배당가능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감자를 결정했고, 롯데지주, 휴젤 등은 주주가치를 위한 자기주식 소각이 이유였다.

통상 시장에서는 무상감자를 누적 적자가 쌓인 기업들의 마지막 선택지로 여긴다. 기업들은 감자를 통해 자본잠식 위기에서 탈출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무상감자 이후 일반적으로 이어지는 유상증자 절차에서 기존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것은 물론, 큰 폭의 주가하락이 동반된다는 점이다. 기존 주주 사이에서 무상감자가 대표적인 악재로 인식되는 이유다.

일례로 퓨전데이타는 16일 장 마감 이후 보통주 25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2년 연속 82억 원, 143억 원 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기준 95.4% 자본잠식률을 기록하며 완전자본 잠식상태 위기까지 겪은 상태다. 회사 측은 “감자로 감소하는 주식에 비례해 주식 가격은 자체 상승 조정돼 총 자산 변동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 날 주가는 하한가 가까이 떨어져 200원대로 추락했다. 키위미디어그룹, 뉴인텍 등도 무상감자를 알린 직후 가격제한폭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전상경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현행 상법과 자본시장 규정은 증권발행 시 액면가 미만으로 발행가를 설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따라서 경영 실적 악화로 주가가 낮아진 기업이 무상감자를 통해 시가를 액면가 이상으로 조정한 뒤 유상증자나 주식 관련 사채를 발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감자가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서 이의수렴 과정과 주주의 의견 합치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때 2~3개월 정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감자 결정이 부정적인 시장 반응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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