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존 버카우 하원의장은 이날 정부와 EU가 최근 새롭게 합의한 브렉시트 협정에 대한 의회 표결을 요구하는 정부 동의안을 기각하기로 결정했다.
버카우 하원의장은 16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의회 규정을 바탕으로 “의원의 의사를 바꾸고자 총리가 거듭해서 같은 문제를 들고 나올 수 없다”며 “이날 제출된 브렉시트 합의안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인 것이 분명하다. 이를 심의하는 것은 반복적이며 의회 질서를 방해하므로 이날 심의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하원은 지난 19일 열린 이례적인 주말 개최 의회에서 브렉시트 이행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합의안 표결을 보류하기로 했다.
10월 31일까지인 브렉시트 기한이 이제 10일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존슨 총리는 여전히 기한 내 EU 이탈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하원은 22일 브렉시트 이행법안 심의에 들어간다. 존슨 총리는 24일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3일이라는 짧은 심의 시간 등으로 야당에서 반발이 일고 있어 존슨 총리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될지는 불확실하다. 최대 야당인 노동당이 수정안을 내놓아 존슨 총리의 합의안을 제거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노동당이 EU 관세동맹 잔류와 브렉시트 이행 기간 연장, 2차 국민투표 추진 등의 수정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존슨 총리는 이행법안 통과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심의를 거쳐 관련법이 통과되면 경제계가 두려워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이행법안이 통과되면 합의안을 승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의원들도 늘고 있다. 세 차례 자신의 합의안이 부결됐던 테리사 메이 전 총리도 지난 19일 하원에서 “노 딜 브렉시트를 원하지 않는다면 현 정부의 합의안을 지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영국 국민 사이에서 ‘브렉시트 피로감’이 확산하고 있다며 만일 의회가 계속해서 연기를 반복하게 되면 국민 지지를 잃을 수도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