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경영진이 ‘현장에 답이 있다’는 회사 철학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그룹 총수인 구광모 회장을 필두로,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이 연구개발(R&D) 현장 등을 직접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건조기 논란, 배터리 소송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경영진이 직접 나서 우려를 불식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LG에 따르면 조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LG전자 R&D 캠퍼스를 방문했다. 서초 R&D 캠퍼스는 LG전자의 신기술 개발 및 인공지능(AI) 연구가 이뤄지는 곳이다.
조 부회장은 서초 R&D 캠퍼스에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임직원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남다른 생각을 갖고 불가능에 도전해야 한다”며 선도적인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말한 바 있다.
조 부회장은 올해 3월에도 경영권을 인수한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 본사와 수원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로보스타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생산공정에 사용되는 반송로봇 등을 생산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로보스타 방문 때 “부품 공용화 및 표준화, 모듈러디자인 등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성장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을 발굴하는 데 서로 협력하자”고 강조했다.
작년 LG화학 최고경영자로 임명된 신 부회장 또한 동분서주하고 있다. 올해 1월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시작으로 국내 사업장뿐만 아니라 독일, 폴란드 등 해외 사업장도 둘러봤다. 취임 후 반년 동안 이동한 거리만 약 2만5000㎞에 달한다.
현장 방문은 구 회장이 가장 적극적이다. 구 회장은 11일 경기도 이천 LG 인화원을 찾아갔다. LG 인화원에서 구 회장은 LG가 미래 사업가로 육성 중인 100여 명의 젊은 인재를 만나며 “여러분이 사업가로서 필요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의미 있는 그리고 용기 있는 도전을 응원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8월에는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노기수 LG화학 CTO(사장)와 함께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방문했다.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은 LG의 대표 소재 및 부품 개발이 진행되는 현장이다.
구 회장은 올해 초 서울과 미국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도 참석해 인재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LG그룹 경영진의 현장 경영은 임직원들의 기 살리기 차원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 건조기 논란과 관련해,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위원회는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들이 참여하는 집단분쟁 조정 절차를 개시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가 공격 경영으로 태세를 전환하면서 일부 임직원들이 다소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며 “경영진이 현장소통을 통해 이를 불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