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출 상황이 심상치 않다. 연중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선 올해보다는 내년 반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21일 세종시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10월 수출이 특히 좋지 않다”며 “개인적으로 올해 최대 고비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달 1~20일 한국의 수출액은 268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33억 달러)보다 19.5% 줄었다. 반도체(-28.8%)와 석유제품(-38.4%) 등 주력 상품이 모두 단가 하락 등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거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세면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전체적인 흐름도 좋지 않다. 연간 누계 수출액도 4329억 달러로 1년 전(4846억 달러)보다 10.5% 감소했다. 한국의 수출액은 지난해 12월부터 11개월 가까이 하락세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산업부에선 ‘상저하고(上低下高)’, 즉 하반기 수출 실적 개선을 포기한 지 오래다.
성 장관은 대신 “11, 12월은 조금 나아진 추세를 보여줄 거로 본다. 내년 1ㆍ4분기 중에는 (수출 증가율이) 기필코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로 관철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10월 저점론’을 제시했다. 미ㆍ중 무역분쟁, 수출 단가 하락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악재가 차츰 해소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성 장관은 반도체를 예로 들며 “램(RAM)도 메모리 가격도 거의 내려가지 않고 있다. 수출 물량에서는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어서 전 세계 수요만 좋아지면 언제든지 업다운(반전)할 수 있는 여건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도 수출 실적 개선은 올해 부진에 따른 자연스러운 기저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구조적인 실적 기대 요인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기저효과만큼 크지는 않다”며 “각국이 제조업을 육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 교역이 활성화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성 장관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특혜 포기 여부를 묻는 말엔 말을 아꼈다. 그는 “이달 내로는 (결정)할 것이다”면서도 “정부 내에서 여러 가지 내용들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안에선 일찌감치 포기 입장을 정하고 이르면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이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 장관은 일본의 수출규제를 “산업 정책의 위기”로 표현하며 “질적인 도약을 하면서 체질을 바꿔볼 수 있는 기회가 소재ㆍ부품ㆍ장비(소부장) 정책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100개 소부장 관련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을 준비하고 육성해 나가겠다”며 연구ㆍ개발(R&D)과 인력, 환경 등을 아우르는 패키지 지원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