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히토 일왕, 즉위 선언서 헌법 준수·세계 평화 기원…아베와 대립각

입력 2019-10-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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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근거해 일본 상징으로서 직분 다할 것”

▲나루히토 일왕이 22일(현지시간) 도쿄 고쿄에서 즉위 선언문을 읽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이 22일(현지시간) 도쿄 고쿄에서 즉위 선언문을 읽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 선언에서 헌법 준수와 함께 세계 평화를 기원하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대립각을 세웠다.

나루히토 일왕은 부친인 아키히토 상왕이 200년 만에 처음으로 생전 퇴위를 해 지난 5월 즉위했으나 22일(현지시간) 도쿄 고쿄에서 열린 즉위식을 통해 전 세계에 자신의 즉위를 선언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그는 1990년 아키히토 상왕이 즉위식에서 입었던 것과 같은 갈색의 전통복장을 입고 단상 앞에 모인 청중 앞에서 즉위 선언문을 읽어 내렸다.

일왕은 “상왕 폐하가 30년 이상 재위하는 동안 항상 국민의 행복과 세계 평화를 바랬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면서 그런 마음을 자신의 모습으로 보여준 것을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 국민의 행복과 세계 평화를 항상 기원하면서 국민에게 다가설 것”이라며 “헌법에 근거해 일본국과 일본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직분을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예지(叡智·뛰어난 지혜)와 꾸준한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한층 더 발전해 국제사회의 우호와 평화, 인류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기원했다.

아베 총리는 “평화와 희망으로 가득 차 넘치게 하며 자부심이 있는 일본의 빛나는 미래를 위해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서로 모으는 가운데 문화가 태어나고 자라는 시대를 만들어가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축사를 발표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전후 세대 첫 일왕이지만 평화를 중시하면서 과거 전쟁에 대해 여러 차례 반성했던 아키히토 상왕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아베 총리가 일본을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식에서 헌법 준수와 세계 평화를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CNN은 과거 군주들과 달리 나루히토는 국가의 수장이 아닌 상징이며 일왕은 정치적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즉위식에는 전 세계 약 180개국에서 영국 찰스 왕세자를 포함한 로열 패밀리와 각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했다. 시위사태로 곤경에 빠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물론 한일 무역갈등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이낙연 국무총리도 귀빈 명단에 올랐다고 CNN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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