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경질하고 대행 체제로 가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질 계획을 승인하면 내년 3월 대행 체제가 출범해 오는 2022년까지인 캐리 람 장관의 나머지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새 대행이 그 다음 임기 5년에도 계속 행정장관으로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소식통들은 행정장관 대행 후보로 두 명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한 명은 홍콩 중앙은행인 홍콩금융관리국(HKMA) 국장을 역임한 노먼 찬이다. 다른 한 명은 재벌가 자손인 헨리 탕 전 홍콩 정무사장이다.
노먼 찬은 2009~2019년 10년간 HKMA 국장을 맡았으며 이전에 스탠다드차타드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1990년대 홍콩에 달러페그제를 정착시켰으며 HKMA 국장 시절에는 금융 안정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헨리 탕은 섬유재벌의 아들이며 홍콩 정부 2인자인 정무사장을 맡기 전 재무장관 격인 재무사장도 역임한 이력이 있다. 그는 2012년 행정장관에 도전했으나 불법 지하실 건축 등 각종 스캔들이 터지면서 꿈이 좌절됐다.
캐리 람은 지난 6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을 도입하려다 아직까지 지속되는 시위사태를 촉발했다. 결국 홍콩 정부는 범죄인 인도법 도입을 완전 철회했으나 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5개월째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위대는 행정장관과 입법회(의회) 의원들을 민주선거로 뽑을 수 있기 전까지는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중국 정부가 시위대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폭력사태가 좀 더 진정된 이후에야 캐리 람을 경질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 챈들러 배넉번글로벌포렉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중국이 홍콩에서 이기는 유일한 길은 패하지 않는 것”이라며 “좀 더 개입해 군대를 보내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미국과의 현재 특별한 무역 상태를 잃을 위험이 있다”며 “시위가 더욱 격렬해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방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챈들러는 “시위대는 람 장관의 사임을 요구해왔지만 중국은 개혁적인 인사가 그 자리에 앉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임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