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유명희 “농업 민감성 고려해야”…이달 중 개도국 포기 여부 결정

입력 2019-10-23 10:29 수정 2019-11-1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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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포기 시 농민단체 거센 반발 불가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 지위 포기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에 우리나라의 농업 분야 민감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정부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달 중 개도국 포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래리 커들로(Larry Kudlow)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와 한미 간 주요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유 본부장은 최대 통상 현안인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여부에 대해 우리나라의 농업 분야 민감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경제발전 단계가 상당한 국가들이 개도국 혜택을 누리는 것이 WTO 발전과 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재차 제기했다.

현행 WTO 협정은 각국이 개도국임을 선언하고 관세, 수입 쿼터, 보조금 등에서 선진국과 다른 우대조항을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국은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농업종사자에게 쌀 직불금 등 농업 보조금을 지급하고, 수입 농산물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7월 26일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WTO가 90일 내(마감시한 10월 23일)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 차원에서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제시한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는 △현재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이거나 또는 OECD 가입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G20 국가 △세계은행에서 고소득 국가로 분류한 국가 △세계상품무역(수출과 수입)에서 비중이 0.5% 이상인 국가 등이다. 한국은 4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된다.

우리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우리 경제의 위상, 대내외 동향,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달 중 열리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개도국 포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당분간 개도국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개도국 포기 선언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럴 경우 수입농산물 관세 대폭 완화와 농업 보조금 삭감 등을 우려하는 농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유 본부장은 또 미국 측에 성공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정 이행과 양국 간 호혜적인 교역·투자 동향 등을 고려할 때 한국에 자동차 232조 조치가 부과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재차 전달했다.

산업부는 한국에 자동차 232조 조치가 부과되지 않아야 한다는 우리 입장을 미국에 지속해서 전달하는 한편 한미 통상현안의 안정적 관리 등을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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