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구세주’ 드라기, 마지막 회의서 부양 기조 유지 강조…“이례적 완화 출구 멀어”

입력 2019-10-2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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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갈등과 외부 압력 속에 라가르드에게 배턴 넘겨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ECB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나서 총재로서 마지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EPA연합뉴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ECB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나서 총재로서 마지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EPA연합뉴스
재정위기에서 유럽을 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구세주’라는 별명이 붙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마지막 회의에서 경기부양 기조 유지를 거듭 강조했다.

ECB가 24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예상대로 현행 통화완화 정책 유지를 결정한 가운데 드라기 총재가 경기침체 위험성을 들면서 현 정책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달 말 퇴임하는 드라기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성장 둔화는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벌어진 국제 무역의 약세를 반영하고 있다”며 “가장 큰 위험은 경기침체다. 이례적인 완화정책 출구는 멀어졌다”고 단언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8년간 ‘유로존의 구세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드라기의 공적을 기리는 장이었지만 드라기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 ECB를 떠난다고 WSJ는 분석했다.

11월 1일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정식으로 ECB 총재에 취임한다. 내부 갈등과 외부 압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ECB가 과연 드라기의 마지막 선물인 대규모 금융완화책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의문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지난달 회의에서 양적완화 재개를 결정했을 당시 이사회 멤버 25명 가운데 최소 7명이 채권 매입 결정에 반대했다. 다른 여러 이사들도 회의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드라기는 기자회견에서 “이사 중 한 명은 단결과 정책 패키지의 전면적 이행을 촉구했으나 다른 쪽에서는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라며 이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유산에 대해서는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임인 라가르드에게 충고할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떤 충고도 필요 없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드라기 총재는 자신의 임기 8년간 대담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아 심각한 채무위기를 겪고 있던 유로존을 성장 궤도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로존 실업률은 7.4%로 사상 최저에 근접한 수준까지 개선됐으며 유로화는 그의 재임 기간 달러화 대비 약 20% 떨어져 수출을 뒷받침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율이 여전히 ECB 목표인 2%에 못 미치는 것은 아직 가장 큰 과제로 남아있다. 또 드라기는 적극적인 금융완화와 타인과 거리를 두는 자세로 독일을 중심으로 많은 반발도 초래했다고 WSJ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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