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리얼돌’ 성인 남녀에게 물었다 “성적인 자유” vs “존엄성 파괴” 극한 대립

입력 2019-10-27 10:44 수정 2019-10-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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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형상 리얼돌 대다수 반대…성범죄 연관성 의견 분분

‘리얼돌’(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본 떠 만든 성인용품)이 한국 사회의 젠더 갈등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6월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후 판매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최근 국정감사장에 실물이 등장하자 찬반 논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한쪽에서는 성적 자기결정권이기 때문에 존중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다른 한쪽에선 여성이 욕망 해소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인 만큼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이투데이는 21~23일 사흘간 20~30대 남녀 80명에게 리얼돌 판매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남녀 각각 40명에게 △국내 리얼돌 수입ㆍ판매 찬반 여부 △아동 형상의 리얼돌 판매 가능성 및 견해 △리얼돌과 성범죄의 연관성 등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설문 결과 리얼돌 판매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답변이 뚜렷하게 갈렸다. 남성 응답자의 77%(31명)가 리얼돌 판매에 찬성했으나 여성은 92%(37명)가 반대했다. 리얼돌 수입ㆍ판매에 대한 전체 의견은 반대가 57%(남성 9명, 여성 37명)로 절반을 넘었다.

30대 남성 민모 씨는 “성인용품을 하나하나 제재하기는 어렵다”면서 “리얼돌을 무조건 나쁘다고 하기보다 사용자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남성 김모 씨도 “성을 감각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문제될 것이 없다”며 찬성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20대 여성 임모 씨는 “리얼돌은 단순히 ‘실감나기 위해서’가 아닌 욕망 해소의 대상을 반드시 ‘인간 여성’으로 특정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각종 욕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젠더 권력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성 김모 씨도 “리얼돌은 남성들의 시선에서 실제처럼 만들어진 여자”라며 "섬뜩하다"고 비판했다.

리얼돌 판매에 대한 의견이 대립되는 것과 달리 키 120~130cm의 아동 형상을 띤 것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남녀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30대 남성 이모 씨는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고, 또 다른 이 씨도 “이미 아동 형상의 리얼돌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판매사들이 윤리적으로 거절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응답했다. 20대 여성 김모 씨는 “아동 성범죄를 무겁게 보는 나라와 달리 최근 해외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아동 형상의 리얼돌 제품이 다량 전시됐다고 한다”며 “아동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후진적이고 처벌 수위가 낮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리얼돌과 성범죄의 인과 관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30대 남성 고모 씨는 “리얼돌은 성행위를 온전히 대체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적 충동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며 “사람과 인형의 경계를 망각해 성인지 감수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30대 여성 정모 씨는 “군 장병에게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했더니 사고율이 줄었다는 것과 비슷한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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