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기요금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조사됐다.
26일 국제에너지기구(IEA)이 발표한 ‘국가별 전기요금’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전기요금은 1kWh(킬로와트시)당 8.28펜스(약 125원)로, 조사 대상 28개 나라 중 터키(7.79펜스) 다음으로 쌌다. 평균(15.12펜스)과 비교하면 40% 넘게 저렴했다. 조사 대상 중 전기 요금이 가장 높은 나라는 덴마크(33.06펜스)로 한국보다 네 배 가까이 비쌌다.
한국의 전기요금 인상률도 다른 나라보다 낮았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전기요금은 1kWh당 5.53펜스에서 8.28펜스로 50% 인상됐다. 일본(27%)과 터키(39.4%) 다음으로 낮은 인상률이다. 같은 기간 6.56펜스에서 15.12펜스로 오른 28개국 평균 인상률(131%)의 절반도 안 된다. 전기요금이 가장 급격히 오른 나라는 호주로 18년 동안 4.17펜스에서 18.63펜스로 네 배 넘게 올랐다.
한국의 전기요금이 세계적으로 저렴한 것은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인상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세금만 봐도 전기요금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 세계적으론 28%에 달하지만 한국은 12%다. 덴마크는 전기요금 가운데 70% 이상이 세금이다. 또 전기 도매요금과 소매요금이 별도로 결정되게 돼 있어, 유가 등 연료비가 상승하더라도 전기요금은 낮게 유지할 수 있다.
전력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 인프라 구조 덕에 한국의 전기요금이 저렴하다고 설명한다. 국토가 좁고 인구가 도시에 밀집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전력망 구축 비용이 덜 든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한국전력공사 등은 전기요금 인상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나치게 저렴한 전기요금이 전기 과소비를 부추기고 공기업을 부실화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9285억 원 적자를 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한전이 맡긴 연구 용역에서 한전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선 2022년까지 전기요금을 10% 이상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