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니티 포트폴리오, IPO 잔혹사…현대카드는

입력 2019-10-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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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ㆍTBH 홍콩법인, IPO 좌절에 풋옵션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현대카드가 교보생명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현대카드의 공모 가격이 재무적 투자자( FI)의 예상치를 밑돌아 흥행에 실패한다면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카드 자본 총계(연결 기준)가 3조2550억원(2019년 상반기)을 감안해 시가총액을 1조7251억원 정도로 본다. 하지만 카드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 일각에선 현대카드의 기업 가치를 더 낮게 바라보는 시각도 한다. 2년 전 FI들이 투자할 당시 현대카드의 기업 가치를 약 1조6000억원으로 평가했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IPO를 위한 상장 주관사를 선정 중이다.

현대카드의 IPO 추진은 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다. 어피니티와 현대카드의 계약 조건에는 일정 기간까지 상장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FI들은 현대카드 지분 24%를 인수했다. 어피니티 9.99%, 싱가포르투자청 9%, 칼라일그룹 계열 알프인베스트파트너스 5% 등이다.

어피니티는 현대카드 이전에도 IPO를 통한 엑시트를 추진한 바 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현재 FI와 분쟁 중인 교보생명이 대표적이다. 어피니티를 비롯한 FI 컨소시엄은 2012년 대우인터네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사면서 2015년 말까지 IPO를 하지 않으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지분을 되파는 풋옵션을 받았다.

상장이 미뤄지면서 IPO로는 투자금 회수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FI 컨소시엄은 지난해 말 풋옵션을 행사했다. 신 회장이 풋옵션 행사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중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TBH글로벌의 홍콩법인 TBH HK는 상장에 실패한 후 풋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 중이다. TBH글로벌은 의류브랜드 베이직하우스, 마인드브리지 등을 보유한 기업이다.

2015년 어피니티와 골드만삭스 등은 TBH HK가 2018년 4월 이내에 홍콩증시에 IPO 하는 조건으로 FI로 참여했다. 어피니티는 지분 13.29%를 보유했으며 상장에 실패할 경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THB HK가 지난해 3월 홍콩증시 IPO에 실패하면서 어피니티 등은 지난해 6월 풋옵션 행사를 통지했다. 회사 측이 해당 지분을 매수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 유치에도 실패하자 양측은 전환사채(CB) 발행에 합의했다. THB HK는 보유자산 매각 등으로 이를 상환 중이다. 어피니티는 IPO를 통한 엑시트는 이루지 못했으나 풋옵션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게 됐다.

현대카드도 IPO를 통해 FI인 어피니티가 엑시트를 추진한다는 점, 주주 간 계약에 풋옵션 조항이 있다는 점에서 앞선 경우와 비슷하다. 증시 상황과 업황 탓에 IPO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다만 현대카드는 IPO를 통한 어피니티의 엑시트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내년 IPO가 이뤄지면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라고 말했다.

교보생명과 달리 지배구조가 안정적이고 FI가 풋옵션을 행사한다 해도 이를 감당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어피니티의 앞선 포트폴리오와 다르다.

6월 말 기준 교보생명 최대주주인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은 36.91%에 불과하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지분은 50%를 넘는다. 교보생명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수준이다.

반면 현대카드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와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은 72.98%로 어피니티 등 FI의 주식이 경영권을 위협할 만한 규모가 아니다.

현대카드의 공모 가격이 FI의 예상치를 밑돌아 IPO 대신 풋옵션을 행사를 택한다 해도 최대주주인 현대차의 현금 동원력을 고려하면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현대카드는 다음 달 주관사를 선정해 내년 중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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