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츠앱稅 230원’에 분노한 레바논...결국 총리까지 사퇴

입력 2019-10-3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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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하리리 레바논 국무총리가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레바논/EPA연합뉴스
▲사드 하리리 레바논 국무총리가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레바논/EPA연합뉴스

하루에 20센트(약 230원) 세금 인상을 발표했다가 거센 저항에 직면한 레바논에서 결국 국무총리가 사임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드 하리리 레바논 국무총리는 2주 가까이 이어진 반정부 시위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이날 밝혔다.

그는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13일 동안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면서 “지금의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국무총리 사퇴로까지 번진 레바논 반정부 시위는 20센트 세금 인상이 도화선이 됐다.

지난 10월17일 레바논 정부는 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왓츠앱(WhatsApp)’을 비롯한 일부 앱 이용료로 하루 20센트의 세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내년에 2억5000만 달러의 세수 증대를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 발표 이후 시민들은 거리로 나서 거칠게 항의했다.

세금에 대한 불만은 그동안 쌓여왔던 부패 정치, 정부 무능, 경제난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면서 반정부 시위는 순식간에 레바논 전역으로 확산됐다. 시위로 은행, 학교, 공공시설들이 문을 닫았다.

시위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하리리 총리는 21일 공무원 봉급 삭감안과 시중 은행에 대한 자금 지원안 같은 개혁 조치를 내놨다. 하지만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총리 사임이라는 강수까지 뒀지만 시위대 분노가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라고 WSJ는 평가했다.

레바논 경제가 침체 수렁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레바논의 국가 부채는 860억 달러(약 103조 원)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50%나 된다. 35세 미만 청년층의 실업률은 37% 정도로 심각하다.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이 유입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는 더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하리리 총리를 비롯한 주요 정치인들과 상위 0.1% 부자들이 전체 소득의 10%를 차지하는 등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편, 레바논 통신·미디어 재벌 출신인 하리리 총리는 두 차례 총리를 역임한 고(故) 라픽 하리리 전 총리의 아들이다. 라픽 전 총리는 2005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차량폭탄 테러로 암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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