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이어 면세점 업계까지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발주 중단에 동참했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유통업체가 판매 중지한 제품이 전체 액상담배가 아닌 일부 품목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편의점과 면세점들이 가향 액상 전자담배 판매 중지에 나섰다. 정부가 액상 담배 유해성에 대해 언급한 이후부터다.
지난달 23일 보건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 브리핑’을 열고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사용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의 발표 이후 유통업체들은 액상 담배의 판매 중지를 앞다퉈 발표했다. 가장 판매 중단을 알린 것은 편의점 GS25다. 이 회사는 정부 발표 다음날인 24일 쥴랩스의 △트로피칼 △딜라이트 △크리스프 3종과 KT&G의 △시트툰드라 1종을 포함한 총 4종의 판매를 중지했다.
지난달 25일에는 CU와 26일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까지 가향 액상 전자담배 4종의 가맹점 공급 중단을 밝혔다. 28일에는 미니스톱까지 쥴 3종의 신규 공급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편의점 빅5 모두 일부 가 가향 액상 담배 판매 중지에 동참했다.
다만, CU와 이마트24, 세븐일레븐, 미니스톱은 가맹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장에 남아있는 재고는 소진될 때까지 판매를 유지하기로 한 점은 GS25의 판매 중지와는 차이가 있다.
면세점들도 일부 액상 담배의 판매를 중지했다. 롯데면세점이 신규 공급 중단에 나선 제품은 쥴의 △스타터팩 △딜라이트 △크리스프 △트로피칼 등 4종과 KT&G의 △시드툰드라 △픽스 3종 △비엔토 4종이다. 스타터팩은 크리스프를 제외한 쥴랩스의 시드 4종을 세트로 묶은 것으로 면세점과 쥴랩스의 직영스토어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신라면세점도 쥴 4종과 KT&G의 시드툰드라 1종의 신규 공급을 중단했고, 신세계면세점 쥴 3종과 KT&G 1종 등 총 4종에 대해 발주를 중단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KT&G의 가향 액상 전자담배 1종의 신규 공급을 중단했다.
이들 업체 모두는 액상 전자 담배에 대해 유해성 논란이 있는 만큼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로 공급 및 판매를 중단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이 판매 및 발주 중지한 액상 전자 담배는 전체 제품의 일부에 불과하다. 유통업체들이 임의대로 품목을 정해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인기가 높은 제품은 판매를 유지하고 수요가 적은 제품을 발주 금지하면서 생색을 낸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실제 현재 쥴랩스코리아는 △트로피칼 △딜라이트 △크리스프 △클래식 △프레쉬 등 총 5종의 액상 전자 담배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고, KT&G는 △시드 툰드라 △시드토바 △시드아이스 △시드아이스업 등 총 4종을 편의점 및 담배 판매점에 공급한다. 총 9종 가운데 편의점과 면세점이 판매중단을 결정한 것은 4종 뿐이다.
쥴의 ‘클래식’과 ‘프레쉬’ 등 2종은 여전히 판매 중이다. 이 중 ‘프레쉬’는 멘톨향을 넣은 가향 제품으로 분류된다. KT&G의 4종 중 발주 중지한 제품도 이국적인 맛인 ‘시드 툰드라’ 뿐이다. 시원향을 가미한 ‘시드 아이스’과 ‘시드 아이스업’ 등 3종은 판매 중단 대상에서 제외했다.
세븐일레븐은 독점 상품인 ‘버블몬’의 판매도 강행하고 잇다. ‘버믈몬’은 전자담배 제조회사인 킴리(Kimree)코리아가 출시한 제품으로 ‘망고’ ‘딸기’ ‘블루베리’ ‘아쿠아’ 등 4종으로 구성됐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미국 FDA가 해당 상품을 금지한 것은 단맛이 나는 가향 액상형 전자 담배 때문에 청소년 흡연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면서 “편의점은 청소년에게 담배를 팔고 있지 않지만, 현재 판매 중단한 제품은 과일향이나 달콤한 향으로 청소년의 제품 사용을 막기 위해 선도적인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