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미국증시가 최근 눈에 띄게 안정을 찾아가는 반면 코스피지수는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미 증시의 엇박자가 더욱 확대되는 것과 관련해 미국의 금융위기가 진정되면 글로벌 금융시장도 안정세를 찾게 될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감이 수급구조가 무너지면서 국내증시의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전날(28일) 이러한 수급불안은 외국인들의 선물시장에서의 매도 공세가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에 기인한다. 장중 지속된 대규모 선물 매도는 시장 평균 베이시스를 0.7포인트 수준까지 끌어내렸고 이에 1800 억원이 넘는 차익 매물이 출회되며 지수를 압박했다.
현물시장 역시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는 이어졌다. 전기가스를 제외한 전 업종이 동반 하락세를 보였고 외국인들의 현물 매도가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며 전기전자 업종의 낙폭도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여타 국가의 최근 증시와 비교하더라도 낙폭이 과도한 원인과 이러한 괴리현상은 수급여건의 개선 징후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코스피지수의 반등은 커녕 지수의 안정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꼬여버린 수급불안의 여파가 지수 자체의 하락세보다 최근 종목별로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최근 시장의 어려움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는 주된 근원지인 투신권의 매도가 시장 전반에 걸쳐 이루어진다기보다 종목별로 차별화, 집중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종목별로 매도 및 매수가 교차하고 있어 시장 전체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양상이라고 할 수 있으나 매도 대상으로 분류된 종목들의 경우 대체 매수주체가 실종된 현 상황에서 집중적인 매물출회의 강도를 버텨내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특정 종목이 매수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고착화된 현 상황에서는 저가 분할매수를 통한 상승동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심리의 위축으로 시장의 거래가 실종된 현 국면에서도 바닥권 시그널을 암시하는 여러 시각들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다만 바닥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지표들에 앞서 무엇보다도 수급환경의 안정이 최대 관
건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하락이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현물 매도에 의해 촉발됐고 이들 물량의 상당 부분이 대차거래를 통한 공매도였음을 고려한다면 최근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대차잔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원 연구원은 "전날 코스피지수가 1,474포인트로 마감되며 또다시 연중 최지치를 경신했지만 추세선의 지지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거래량은 주가에 선행한다는 논리로 비춰볼 때 이를 나타내는 지표인 OBV 역시 현재 시장의 바닥권을 암시하는 의미있는 수준까지 하락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면에서 종목별로 저가매수에 나서더라도 수급구도의 확인은 필수"라며 "외국인과 투신권의 동반 매도세가 나타나는 종목이라면 경계의 일순위에 놓아야 하고 철저히 방어적 관점에서 수급환경의 개선 여부를 확인해 시장에 접근행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