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상속] 다툼 없는 상속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 '유언' 그리고 '후견계약'

입력 2019-11-0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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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종종 상속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여러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하는데, 최근 필자가 관심 있는 주제는 유언과 후견계약이다.

유언의 필요성은 점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고, 실제로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다. 유언을 해야 내 재산을 누구에게 나눠줄 것인지 내가 정할 수 있고, 내가 죽은 후에 상속인들끼리 재산 싸움을 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실제 필자가 지금 처리하고 있는 많은 상속 사건들 중에서 유언을 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사건도 많다. 유언을 한다고 모든 상속 분쟁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그런데 사람들이 아직 후견계약은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치매나 건강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상황이 되었을 때 내 재산을 관리해 줄 사람을 법원이 정할 수 있는데, 이 사람을 성년후견인이라고 한다. 성년후견인은 재산 관리 외에 후견을 받는 사람이 어디에 거주할 것인지 같은 신상에 관한 일들도 결정하게 된다.

A 씨는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다. A 씨에게는 2남 2녀가 있는데 모두 결혼하고 따로 살고 있다. A 씨는 나이가 들어 기억력도 조금씩 나빠지고, 초기 치매 증상도 보인다. A 씨가 이런 상황이 되자 평소 잘 찾아오지도 않던 차남이 자신이 아버지를 모시겠다고 하면서 자신의 집으로 A 씨를 모시고 갔다. 그리고 차남은 다른 형제들이 A 씨와 연락을 하는 것을 방해했다. 차남은 A 씨와 함께 살면서, 자신이 아버지를 잘 모실 테니 재산을 달라고 하면서 일부 재산을 증여받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A 씨의 다른 자녀들은 성년후견인이 선임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신청했다. A 씨에게 성년후견인이 선임되면 A 씨가 자신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고 성년후견인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차남은 A 씨에게는 성년후견인이 필요 없다고 하면서 선임을 반대하였다. 그리고 만일 성년후견인이 선임돼야 한다면 자신이 지금 아버지를 모시고 있고, 아버지가 자신을 가장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성년후견인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성년후견인 선임 때문에 가족들 사이에 분쟁이 생기는 전형적인 경우다. 이처럼 성년후견인 선임이 문제 되는 경우 누가 성년후견인이 될 것인지 크게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많고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이 성년후견인이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부모님 건강이 좋지 않게 되면 갑자기 부모님을 모시겠다고 하면서 효자가 되는 자식도 많다.

후견계약은 만일 내가 후견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누가 후견인이 될 것인지 미리 정해두는 것이다. 내가 믿을 만한 사람과 미리 후견계약을 체결해 두면 그 사람이 후견인이 될 것이기 때문에 누가 후견인이 될지 문제로 가족들끼리 싸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웬만한 분들이라면 자신이 죽은 다음 남겨질 가족들을 위해 사망보험 같은 보험들을 들어두었을 것이다. 이렇게 보험까지 들어 매달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있으면서, 유언이나 후견계약을 준비해두지 않는 분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유언이나 후견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돈이 들지 않거나 비용이 들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정도다. 점점 필요성을 느끼고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다행이기는 한데,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유언과 후견계약은 다툼 없는 상속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이다. 꼭 준비해 두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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