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친구로 만든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홍콩이 얻을 교훈은?

입력 2019-11-0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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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 ‘적 또는 친구’ 중국과 이데올로기적 분열 대신 실용적 협력 모색

▲리콴유(왼쪽) 싱가포르 당시 총리가 1978년 11월 12일(현지시간) 자국을 방문한 중국의 덩샤오핑과 악수하고 있다. 싱가포르/신화뉴시스
▲리콴유(왼쪽) 싱가포르 당시 총리가 1978년 11월 12일(현지시간) 자국을 방문한 중국의 덩샤오핑과 악수하고 있다. 싱가포르/신화뉴시스
중국이 지난주 막을 내린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 전회)에서 홍콩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홍콩서는 22주째 계속된 주말 시위 중 폭력 양상이 더욱 심해졌다.

이런 혼란이 심화하는 가운데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故) 리콴유 전 총리의 대중국 전략을 분석한 대만 정치학자 필립 류의 논문을 게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만 국립 정치대학교 교수인 필립 류는 리콴유가 ‘적 또는 친구’ 관계인 중국과 이데올로기적 분열을 선택하는 대신 실용적 협력을 모색했다며 그의 대중 관계 전략을 정리했다.

분명 싱가포르와 홍콩의 상황은 다르다.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 대만을 자국의 영토로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작은 도시국가에 불과했던 싱가포르가 대국인 중국의 위협 속에서도 독립을 쟁취하고 번영하게 된 데에는 국부인 리콴유의 현명한 전략이 유효했으며 이는 혼란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홍콩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준다고 SCMP는 평가했다.

중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을 쟁취하려던 싱가포르에 장애물로 여겨졌다. 중국이 1950년대와 1960년대 화교 네트워크를 활용해 싱가포르 공산주의자들의 반란을 획책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적(敵)으로 간주됐던 중국을 친구로 만든 리콴유의 마법은 무엇이었을까.

리콴유와 그의 인민행동당(PAP)은 건국 초기 싱가포르 고유의 다민족 국가 정체성을 구축하고자 했다. 영어를 공용어로 설정한 것도 중국과는 별개의 민족 정체성을 세우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는 1976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모든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게 했다. 이는 싱가포르가 중국과의 혈족 관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의혹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리콴유는 상황에 따라 자신이 화교 출신이라는 점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특히 그는 상업적인 이익을 위해서라면 화교라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리콴유는 “중국에서의 사업 기회를 보면 우리가 화교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PAP 정부도 기업들이 중국인과 싱가포르인이라는 이중 정체성을 활용할 것을 장려했다.

중국도 일반적으로 경제와 민족주의적인 목표가 이념보다 우선했기 때문에 싱가포르와 호혜적인 협력 관계를 촉진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는 중국 입장에서 국내 경제난을 완화하고 현대 기술 수입 통로를 제공하는 중요한 창구였다. 중국과 싱가포르 관계는 과거 홍콩이 그랬던 것처럼 이념적 반감을 극복하는 강력한 미끼인 무역을 토대로 한 실용주의로 특징지을 수 있다.

아울러 리콴유는 자신의 화교라는 정체성을 이용, 중국에 반식민주의 친중국 국가를 건설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에 중국은 리콴유의 지원 요청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예를 들어 중국은 리콴유의 정적 대신 그의 편을 들어줬다. 심지어 리콴유가 싱가포르에서 중국어를 쓰는 공산주의자들을 탄압했을 때에도 중국은 그의 행동을 묵인했다.

중국은 1950년대와 1960년대 미국을 극도로 견제하고 경계했는데 리콴유는 이 점도 적절히 활용했다. 예를 들어 리콴유는 1959년 총리가 되고 나서 반미(反美) 발언으로 중국을 감동시켰다. 그는 중국 2인자였던 저우언라이 총리에게 “싱가포르가 영국군 기지를 유지하는 것은 미국의 진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우언라이는 이 설명에 만족하면서 “리콴유는 진보적인 반식민주의 정치가”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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