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광역철도 장밋빛 청사진?... 시장은 "공수표" 시큰둥

입력 2019-11-04 16:56 수정 2019-11-0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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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A 착공, B·C는 착공까지 최대 3년. D노선은 계획안 조차 없어

“광역 교통 발표로 일부 수혜지역은 있겠지만, 10년 전에 나온 대책을 방치하고 있다가 주민 반발 많으니까 이제서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한 번 반복해 발표한 것 아닙니까.”(경기도 고양시 식사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

수도권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사업이 얼마 전 발표되면서 수혜지역 부동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현지 시장의 반응은 오히려 차갑다. 발표 내용 자체가 알맹이가 없고 구체성도 떨어져 교통망 개선에 목마른 주민들을 위한 달래기용 공수표라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광역거점 간 통행시간을 30분대로 단축하고, 통행 비용은 최대 30% 절감하며, 환승시간은 30% 줄인다는 3대 목표가 제시된 ‘광역교통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 비전에는 지하철 3호선 대화∼운정, 9호선 강일∼미사 구간을 연장하고 인천2호선을 신안산선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담았다. 김포한강선은 검단신도시로 연결한다. 고양선을 일산 식사지구까지 추가 연장하거나 서울지하철 6ㆍ9호선을 동북권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에 들어갔다.

수도권 서부지역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신규 노선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미 A(운정~동탄)ㆍB(송도~마석)ㆍC(덕정~수원) 등 3개의 노선에 이어 GTX-D노선이 신설되는 셈이다. D노선은 경기도 김포와 인천 검단을 서울과 연결하는 노선이 유력하다. 전문가들이 경기도 파주ㆍ고양ㆍ김포ㆍ인천 일대 주택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는 이유다. 정부는 이번 교통사업이 실현되면 서울 주택 수요를 인천이나 경기지역으로 분산하는 동시에 2~3년 후 공급되는 3기 신도시 선호도를 높여 서울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내다봤다.

특히 최근 교통망 개선 효과 등에 힘입어 미분양 아파트가 대거 팔려나갔던 인천 검단신도시는 GTX-D 포함설이 제기되면서 반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냉담한 반응이 이어졌다. 이번 비전에 담긴 GTX-D는 노선도의 계획조차 나오지도 않은 채 내년 하반기에 추가안을 발표한다는 계획만 덧붙여놨기 때문이다.

김포한강신도시 일대 공인중개소 측은 “GTX-D노선에 김포가 포함될 수 있다는 말은 나오지만 노선도조차 나오지 않은 그야말로 추측 아닌가”라며 “그날 발표로 문의 전화는 종종 오지만 실제 김포가 포함된다고 해도 완공까지 10년은 족히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대규모 교통망 사업은 경제적 타당성이나 예산 투입 계획, 자금 마련 계획 등을 거쳐 나와야 하는데 구체적인 내용 없이 검토한다는 말뿐”이라며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도 문제이지만 기존의 GTX 사업도 이제 첫 삽을 뜨거나 예비타당성 심사를 통과한 상황이어서 언제 완공될지도 모르는 만큼 “갈 길이 멀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속도가 문제라는 얘기다.

교통사업은 굵직한 단계를 넘을 때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아 사업 속도가 크게 떨어진다. 실제 GTX-A노선은 예비타당서조사 통과 이후 6년이 지난 올해 들어서야 첫 삽을 떴고, B노선도 경기도가 2009년 GTX 3개 노선안을 확정하고 이 사업을 공식 제안한 지 10년 만인 8월에야 예타를 통과했다. C노선도 6월에야 기본계획수립에 착수했다. 계획조차 명확하지 않은 D노선에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그나마 공사를 시작한 GTX-A가 노선 확정 14년 만인 2023년 완공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GTX 공사 특성상 완공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 본부장은 “GTX는 지하 40~50m에 건설되는 특성 때문에 완공은 예상보다 더 늦어질 것”이라며 “대형 건설 프로젝트는 발표와 착공, 완공 시점이 호재로 작용하지만 시간이 워낙 오래 걸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집값 상승효과를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 탄현동 B공인 관계자는 “이번 광역교통망 발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성급하게 꺼낸 선심성 방안에 불과한 만큼 일산신도시와 그 주변 일대 집값이 당장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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