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 장손인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가 보유한 LS 지분 절반을 줄이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구 대표는 그룹의 장손으로 유력한 경영 승계 후계자로 꼽혔지만 벤처캐피털 CEO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매도를 두고, 독자 행보가 뚜렷해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LS그룹은 범LG가로 가족경영 지배구조를 하고 있어 장손인 구 대표의 경영 참여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도 있다.
구본웅 대표는 2015년 5월을 끝으로 지분을 매집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분을 처분하는 데 매진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처분한 주식은 총 10만9500주로, 올해만 7만3500주를 매도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근 구 대표는 10월 14일부터 31일까지 하루 빼고 매일 보유주식을 처분해 3만687주를 현금화(약 15억 원) 했다. 그 결과 2015년 5월 21만 주에서 현재 약 10만 주만 남아 지분 절반 이상이 정리됐다.
LS 오너 일가가 지분매집에 나섰을 때도, 구 대표는 오히려 지분을 정리했다. 올들어 2월 28일 6만2300원으로 가장 높았던 LS 주가는 3월부터 하락세가 이어지다 8월 6일에는 3만9650원까지 주저앉으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LS그룹 3세는 주가 저점 구간을 놓치지 않고, 지분을 매집했다. 구동휘 LS 상무는 7월 29일부터 8월 16일 동안 3만 주가량을 확보해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이외에도 같은 기간 LS그룹 3세인 구희연(8554주), 구희나(8500주), 구원경(2700주), 구민기(1500주)도 지분을 늘렸다. 반면 구 대표는 7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4영업일 동안 1만주 가량을 팔았다.
최근 지분 수증에서 구 대표는 제외되기도 했다. 6월 18일에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과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각각 LS 주식 5만 주와 10만 주를 조카들에게 증여한 가운데 구 대표는 대상에서 빠졌다. 또 2013년 5월 20일에 구자홍 회장은 900주를 장내 매도하고, 딸 구진희 채원컨설팅 대표가 매수해 지분이 이동된 바가 있다.
구 대표가 지분을 처분하는 배경에는 벤처캐피털 전문 경영인으로서 독자 행보를 걷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구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고 2012년 실리콘밸리에서 투자회사 포메이션8을 창업했다. 이후 포메이션8은 2015년 포메이션그룹으로 개편됐다. 구 대표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LS그룹 경영 참여보다는 이 시대에 맞는 소프트뱅크를 만들겠다는 사업가로서 포부를 내비쳤다.
구 대표가 지분 매도를 시작한 시기 역시, 그가 2015년 포메이션 그룹이 출범한 시기와 일치한다. 현재 지분을 매집해 향후 경영 참가 가능성을 높이기보다 오히려 처분한 지분으로 자금을 마련해 현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도 풀이된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 본부장은 “그룹 특성상 회사 경영은 결국 장손이 하는 수순을 고려해 향후 구 대표가 경영 능력을 쌓고, 경영에 참여하는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주가 회복 시기에 지분을 매도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LS그룹 관계자는 “지분 매도와 향후 경영 참여 여부는 개인적인 사유로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