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돼도 문제, 안돼도 문제

입력 2019-11-05 15:00 수정 2019-11-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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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맏형인 제주항공이 2005년 1월 첫 출범 이후 이익을 내기까지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자본잠식에 빠져있던 제주항공은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수혈을 받으며 피나는 노력 끝에 2011년 마침내 만성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을 등에 업고 2008년 LCC 시장에 뛰어든 진에어도 초반에 힘들었던 것은 마찬가지다. 모기업이 국내 최대의 항공사인만큼 비교적 사업 시작이 순조로웠음에도 불구하고 2년간 적자에 시달려야 했으며 자본잠식을 해소하기까지는 6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대기업이라는 든든한 '백'이 없었던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의 초행길은 더욱 험난했다. 두 회사는 모두 출범 이후 자본 확충은 커녕 초기 자본금을 모조리 날려버린 '완전자본잠식' 이력이 있다.

2007년 출범한 이스타항공은 완전자본잠식을 넘어 한때 자본잠식률을 300%대를 기록할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심각하게 취약했으며, 지금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 출범 이후 6년 이상 적자를 기록하다 2013년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0년 출범한 티웨이항공도 3년간 적자에 시달렸고, 7년이 지난 2017년이 돼서야 자본잠식을 털어낼 수 있었다.

이처럼 LCC의 사례들을 일일이 나열한 이유는 항공산업 특성상 초기에 대규모 투자비용이 발생하고 이익을 내기까지 아주 오랜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게다가 초반에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부딪혀도 거점공항을 최소 3년 이상 유지해야 하는 의무를 지켜야 한다. 즉 국토교통부로부터 면허를 발급받은 신생 LCC들은 거점 지역 수요가 바닥을 친다해도 한동안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한 마디로 '엄청나게 빡세다'는 의미다. 그런데 국토부는 지난 3월 LCC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는 후보 3곳(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에게 모조리 신규 항공면허를 발급해주며 항공업계를 놀라게 했다. 국토부가 업계 사정을 전혀 모르고 한 결정이라는 비난까지 흘러나왔다.

물론 예비 LCC 입장에서는 그토록 바라던 일이고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플라이강원은 당장 오는 20일 양양-제주 노선에 첫 취항할 예정이며, 나머지 두 곳도 운항증명(AOC)을 발급받으면 비행기를 띄울 수 있게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이후다. 10년간의 노하우를 가진 선배 LCC들 조차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어떤 전략으로 이익을 내며 회사를 유지할 수 있을까.

최근 10여 년간 6개까지 늘어난 국내 LCC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올 들어 줄줄이 적자까지 기록하고 있는 판국에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 게다가 다른 미국, 유럽 등의 국가들은 오히려 파산 등으로 LCC 수가 줄어들고 있다.

또 '슬롯' 확보는 과연 가능할까. 슬롯은 '항공편이 운항 허가를 받은 시간대'로 아무리 사업면허를 받아 항공기를 도입하고 운수권까지 확보한다 해도 슬롯이 없으면 비행기 자체를 띄울 수가 없다.

특히 인천공항은 오래 전부터 슬롯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제주항공이 무안을 거점으로 삼은 것도 슬롯 확보를 위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오죽하면 한 항공업계 관계자가 "예비 LCC 모두 첫 취항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뒤 과연 사업을 이어갈지가 관건"이라며 "상상 초월의, 정말 재미난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하겠는가. 여기서 '재미난'은 반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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