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피감기관 갑질 논란…“맛집·슬리퍼·냉장고 준비해라”

입력 2019-11-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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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금감원 요구, 전혀 일반적이지 않다”…종합검사 부활 첫 해 갑질 논란

금융회사의 ‘감독·검사·제재’ 권한을 보유한 금융감독원이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이른바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금감원 검사역들이 피감기관 직원에게 주변 맛집 리스트와 개인별 슬리퍼, 소형 냉장고 등을 요구하는 등 불필요하게 수검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일성이었던 종합검사가 우여곡절 끝에 4년 만에 부활했지만, 검사역의 갑질 논란으로 다시금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종합검사는 보복성·먼지 털이식 검사 등을 이유로 폐지됐다가 올해 다시 시작됐다.

5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금감원 상호금융검사국 소속 팀장 K 씨와 수석검사역 P 씨, 선임검사역 P 씨, 검사역 K 씨 등 총 4명은 지난달 7일부터 11일까지 수도권 내 금융기관 여신 운용 현황을 검사하면서 피감기관 직원에게 주변 맛집 리스트 작성과 개인별 슬리퍼 구비 등 검사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요구를 했다.

해당 피감기관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통상적으로 외부기관 검사가 시작되면 검사실에 기본적인 사무환경을 갖추는데, 이번과 같은 이례적 요구사항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과거 검사역들은 가장 기본적인 편의 제공도 단호하게 거절했다”면서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이런 부분이 더 불투명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검사역들은 검사에 앞서 개인별 모니터와 프린터 등 여러 가지를 요구했다. 피감기관 측은 기관 자체 비용으로 슬리퍼를 구매하고, 모니터와 프린터는 빌리는 방식으로 감사역들의 요구를 맞췄다.

이들 검사역은 “딱딱한 의자는 감사 업무를 진행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목받침이 있는 푹신한 의자로 교체해 달라고 한 데 이어, 자신들의 음료를 보관하기 위한 소형 냉장고까지 구비할 것을 요구했다. 피감기관 측은 검사역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임원 방에 있던 의자와 냉장고를 검사실로 옮겨 놔야 했다고 토로했다.

해당 피감기관 관계자는 이밖에도 “검사역들이 직원들에게 좌석 배치를 바꾸라고 하는 등 검사와 상관없는 업무를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를 나가더라도 주변 식당을 잘 모르니까 중식 해결 차원에서 맛집을 물어봤다”면서 “옷걸이나 소형 냉장고는 있으면 좋겠다고만 말했지, 반드시 구비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회의실에 있는 의자가 딱딱하니 푹신한 의자가 있으면 갖다 달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고, 다른 사람 의자로 바꿔 달라는 의미는 아니었다”면서 “검사역이 가진 노트북은 화면이 작아 불편하기 때문에 개인별 21인치 모니터를 요구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용 슬리퍼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5일 정도 검사를 한다. 이때 검사역들이 개인용 슬리퍼를 들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피감기관에서 삼선 슬리퍼를 놔주는데, 이런 차원에서 요구했던 것”이라면서 “감사원을 통해 확인하면 알겠지만, 우리가 요청했던 수준이 감사원이 피감기관에 가서 요청하는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 관계자는 금감원의 요구사항에 대해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사원은 감사의 본질에 집중하려고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업무는 절대 지시하지 않고, 감사 장소만 마련되면 그 외의 것은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다”면서 “최근 감사 환경도 피감기관 직원들을 배려하는 쪽으로 문화가 바뀌고 있는데, 이번에 금감원이 요구했던 항목들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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