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년이 온다’ 무대에 오른다…몸과 오브제로 기억한 ‘광주’

입력 2019-11-06 10:30 수정 2019-11-0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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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예술센터ㆍ공연창작집단 뛰다 공동제작…5ㆍ18민주화운동 피해자 아픔 무대로

▲ ‘휴먼 푸가’ 출연진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전막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남산예술센터)
▲ ‘휴먼 푸가’ 출연진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전막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남산예술센터)

“당신은, 나와 같은 인간인 당신은 나에게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습니까?”

5ㆍ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가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창비)가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6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휴먼 푸가’(연출 배요섭)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계엄군에 맞서 싸운 이들과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그린 작품으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았다. 국내 무대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올해의 마지막 시즌 프로그램으로 ‘공연창작집단 뛰다’와 작품을 공동 제작했다.

원작 소설은 하나의 사건이 낳은 고통이 여러 사람의 삶을 통해 변주되고 반복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클래식 형식 중 하나로 독립된 멜로디들이 반복되고 교차하며 증폭되는 푸가(fuga)와 맞닿아 있다. 연출가 배요섭은 “이미 소설로 충분한 작품을 연극으로 올리는 것은 사회적 고통을 기억하고 각인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남산예술센터 ‘휴먼 푸가’ 공연 모습. (사진제공=남산예술센터)
▲남산예술센터 ‘휴먼 푸가’ 공연 모습. (사진제공=남산예술센터)

연극은 소설 속 언어를 무대로 옮기지만, 국가가 행사한 폭력으로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의 증언을 단순히 재현하지 않는다. 배우들은 연기하지 않고 춤추지 않고 노래하지 않는다. 보편적인 연극의 서사에서 벗어난 작품으로 관객이 인물의 기억과 증언을 단편적으로 따라간다. 슬픔ㆍ분노ㆍ연민의 감정을 말로 뱉지 않으면서 고통의 본질에 다가가 인간의 참혹함에서 존엄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시도한다.

공연창작집단 뛰다는 연극 ‘고통에 대한 명상’, ‘바후차라마타’, ‘이 슬픈 시대의 무게’ 등을 선보인 바 있다. ‘휴먼 푸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 위의 배우다. 배우는 신체의 움직임과 오브제를 변주하고, 교차하고 증폭시켜 감각의 확장을 꾀한다. 출연 배우 공병준ㆍ김도완ㆍ김재훈ㆍ박선희ㆍ배소현ㆍ양종욱ㆍ최수진ㆍ황혜란과 제작진은 1월 한강 작가와 만났다. 이후 역사 속에서 반복되는 폭력의 모습을 제대로 마주보기 위해 몇 차례 광주를 방문해 자료를 조사했다.

소설 ‘소년이 온다’는 6월 ‘더 보이 이즈 커밍(The Boy is Coming)’이라는 제목으로 폴란드 스타리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바 있다. 유럽에서 현지 연극인에 의해 처음으로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공연이 무대에 오른 것이다. 한국과 폴란드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경험했다는 역사적 맥락을 공유한다.

▲남산예술센터  ‘휴먼 푸가’ 공연 모습. (사진제공=남산예술센터)
▲남산예술센터 ‘휴먼 푸가’ 공연 모습. (사진제공=남산예술센터)

남산예술센터는 내년 5ㆍ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양국에서 제작한 공연의 교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1월 9일 공연을 마친 뒤에는 ‘더 보이 이즈 커밍’의 연출가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와 배요섭 연출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를 마련한다.

티켓 가격 전석 3만 원. 소설 소지자는 2만4000원이다.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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