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차가 빛나는 언덕 위 벽화마을 = 대전역에서 멀지 않은 대동하늘공원은 낮에는 알록달록한 벽화를 구경하고, 밤에는 반짝이는 풍차와 대전 시내 야경에 빠지는 감성 충만한 여행지다. 대전 시민도 알음알음 찾아올 정도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요즘 일몰과 야경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대동하늘공원이 자리한 동구 대동에는 한국전쟁 때 피란민이 모여 살던 달동네가 있다. 비탈진 마을의 좁은 골목을 따라 오래된 집이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어 어렵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달동네 하면 왠지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지만, 이곳은 동네 담벼락에 그려진 예쁜 벽화 덕분에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음마저 환해진다.
2007년 공공 미술 프로그램이 실시되면서부터 달동네 풍경이 달라졌다. 지역 미술인과 동네 주민이 함께 벽화 작업을 하고 마을을 꾸미기 시작한 게 지금에 이르렀다. 벽화가 덧칠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벽화를 재정비하고 축제를 개최하며 대전의 대표적인 벽화마을로 자리매김했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어보자. 주민이 거주하는 공간이므로 소란스럽게 관람하거나 늦은 시간에 방문하는 것은 피한다.
벽화를 둘러본 뒤에는 대동하늘공원에 올라가자. 대동에서 가장 높은 언덕마루에 있는 공원으로, 이름처럼 하늘 아래 펼쳐진 작은 쉼터다. 벤치와 정자, 나무 그네가 있어 조용히 쉬었다 가기 좋다. 언덕 가장자리에 있는 풍차는 대동하늘공원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원래 목재로 지었지만, 외관에 타일을 붙이고 야간 조명을 강화했다. 밤하늘 아래 찬란히 불을 밝힌 풍차는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토존이다.
대동하늘공원이 자리한 언덕은 해발고도 약 127m에 이르지만, 작은 건물이 오밀조밀한 도시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보문산과 계룡산 등 겹겹이 이어진 산자락이 도시를 병풍처럼 둘러싸 더욱 신비로운 느낌이다.
해가 질 무렵이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일몰을 기다린다. 이곳에서 처음 맞는 일몰과 야경은 숨은 보물이라도 찾은 듯 벅찬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붉은 태양이 쌍둥이처럼 생긴 한국철도공사 빌딩 사이로 사라져갈 때면 여기저기서 작은 탄성이 나온다. 이곳 야경은 화려함보다 소박하고 은은한 멋이 배어난다.
연인과 여행한다면 사랑을 약속하는 자물쇠를 준비해보자. 풍차 옆에 자물쇠를 걸어두는 거치대가 있다. 풍차가 있는 반대쪽 오솔길을 따라가면 대동하늘공원의 또 다른 명소 연애바위(혹은 사랑바위)에 닿는다. 바위 사이가 움푹 파여, 연인들이 이곳에 숨어 사랑을 속삭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버림받은 것들의 유쾌한 반란 = 충북 충주시 앙성면에 있는 충주 오대호아트팩토리는 국내 1호 정크아티스트 오대호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작가가 20여 년 동안 제작한 작품 6000여 점 가운데 1300여 점을 전시한다. 1950년대 미국 화가 로버트 라우션버그의 '컴바인 페인팅'에서 시작된 정크아트는 쓰레기와 잡동사니를 의미하는 '정크(junk)'와 '예술(art)'을 합친 말로,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폐품을 활용해 만드는 미술을 가리킨다.
지난 5월 개관한 충주 오대호아트팩토리는 폐교된 능암초등학교를 2013년부터 지켜온 충주어머니상상학교의 배턴을 이어받았다. 앙성 권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도담도담(옛 능암초) 관광 사업자 공모'를 통해서다.
충주오대호아트팩토리가 구원 등판하면서 충주시 북쪽 끝에 자리한 앙성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우리나라 온천 가운데 원수(原水)의 탄산 비율이 가장 높은 앙성온천과 1980년대 중부지방 대표 우시장의 맥을 잇는 참한우마을 등 앙성의 숨겨진 관광지가 함께 주목받기 시작한 것. 8개월 동안 시범 운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충주오대호아트팩토리는 개관과 동시에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가 선정한 '강소형 잠재 관광지'에 이름을 올렸다.
충주오대호아트팩토리는 능암초등학교의 새 주인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아 흉물스럽던 교사(校舍)는 동화에서 튀어나온 건물처럼 알록달록 옷을 입었고, 잡초가 무성하던 운동장은 멋진 정크아트 작품으로 가득하다. 정크아트와 폐교, 쓸모가 다해 버려진 것들의 유쾌한 반란이다.
충주오대호아트팩토리 관람은 매표소가 있는 카페 미야우에서 시작한다. 병풍처럼 길게 늘어진 단층 건물 왼쪽 끝이다. 파스텔 톤으로 차분하게 마감한 인테리어와 가을빛을 닮은 은은한 조명이 매력적인 이곳에서 아이들은 에코봇을 만들고, 부모는 커피 한잔 마시며 여유를 누린다.
재생 골판지로 제작한 에코봇은 충주오대호아트팩토리를 대표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도안에서 뜯어낸 각 부위를 볼트와 너트로 고정하는 단순한 작업이지만, 오대호 작가가 추구하는 감성적 정크아트를 짧게나마 경험할 수 있다. 정크아트 작품에 색을 칠하는 아트 컬러링도 특별한 체험이다.
카페 옆으로 긴 복도를 따라 모션 갤러리와 키즈 갤러리가 이어진다. 모션 갤러리는 이름처럼 간단한 조작으로 작품을 움직여보는 공간이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고 손을 위아래로 흔드는 단순한 동작이지만, 폐품을 이용한 작품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테마 공원 놀이 기구처럼 의자에 앉아 작동하는 작품도 있다. 코코몽, 둘리, 미키마우스, 뽀로로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는 키즈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고양이와 펭귄으로 변신한 소화기도 재미를 더한다.
오대호 작가의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도 자주 눈에 띈다. 오토바이 연료통으로 사람 얼굴을 표현한 작품과 라디에이터의 겹친 선을 이용해 인체를 형상화한 작품은 오 작가의 독보적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운동장을 활용해 꾸민 실외 전시장에는 족히 3m는 되는 로봇부터 폐타이어로 만든 루돌프, 영화 속 히어로 스파이더맨까지 다 있다. 녹슨 자동차 휠은 멋진 무사로 변신했고, 구부러진 쇠 파이프는 문어를 닮은 외계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바람개비가 달린 세발자전거는 얌전한 편이다. 뒷바퀴 축을 옮겨 바퀴가 돌 때마다 말 타는 것처럼 덜컹거리며 앞으로 가는 자전거가 있는가 하면, 스포츠카처럼 완전히 드러누워야 발이 간신히 페달에 닿는 자전거도 있다.
기린 모양 미끄럼틀과 개미 모양 흔들의자, '흥부와 놀부' '해님달님' 같은 전래 동화 속 장면을 정크아트로 재현한 디오라마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실외 전시장 한쪽에 나란히 자리한 원두막도 매력적이다.
◇ 충주 왔으면 충주호도 '가고' 꿩도 '먹어야쥬' = 충주호를 좀 더 가깝게 만나려면 종댕이길과 충주댐물문화관은 꼭 찾아야 한다. 종댕이길은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등산처럼 무턱대고 걷는 길이 아니다. 곳곳에 마련된 쉼터와 정자, 조망대에서 충주호 풍경을 즐기며 최대한 천천히 걸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3개 코스로 구성된 종댕이길 가운데 마즈막재주차장에서 출발해 심항산둘레길을 따라 원점으로 돌아오는 2코스(8.3km)가 인기다. 심항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충주호도 아름답다.
충주댐물문화관은 충주다목적댐의 역사와 댐의 작동 원리를 알리기 위해 조성했다. 대형 스크린을 갖춘 홍보관에서는 매주 토·일요일 오후 1시와 3시에 무료 영화를 상영한다.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물에 관련된 동시와 동요를 소개하는 코너도 흥미롭다. 충주댐물문화관을 돌아본 뒤에는 충주댐 위를 걸어도 좋다. 충주댐 보조여수로 건설 공사 때문에 현재 전망 엘리베이터 이용은 불가하다.
꿩 요리는 충주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이다. 꿩 뼈로 낸 국물에 꿩고기를 데쳐 먹는 샤부샤부, 육회, 탕수, 튀김, 불고기, 만두를 모두 맛보는 코스 요리가 일반적이다. 꿩 한 마리로 이처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건 요리마다 다른 부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가슴살로 조리하는 샤부샤부나 육회와 달리 불고기에는 다리를, 튀김에는 다리와 날개를 사용한다. 탕수와 만두는 나머지 부위를 다져서 만든다. 꿩고기는 누린내가 없어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