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27개 동 분양가상한제, 공급부족 어쩔 건가

입력 2019-1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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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서울 27개 동이 지정됐다. 집값이 비싸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들이다. 국토교통부는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 정부가 예고한 동 단위의 ‘핀셋 지정’이면서,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 표적인 것도 예상과 다르지 않다. 투기과열지구에 속한 다른 곳도 집값이 오르면 언제든지 상한제 대상으로 추가될 수 있다.

이들 지역 분양가는 곧 관보 고시와 함께 정부가 통제한다. 다만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6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져 내년 4월 29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 단지부터 적용된다. 분양가는 감정평가된 택지비와 정부가 정한 표준건축비, 이자 등 가산비용, 건설업체의 적정이윤을 합한 가격 이하로 낮추도록 강제된다. 상한제 적용 아파트는 5∼10년 전매가 제한되고, 2∼3년의 실거주 의무도 부과될 예정이다.

분양가상한제는 과거에도 몇 차례 시행됐다가 2015년 4월 사실상 폐지됐다. 4년 7개월 만의 부활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나온 부동산대책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규제다. 높은 분양가를 낮춰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 정부 의도인데, 시장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집값 안정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공급 부족에 따른 향후 주택가격 상승, ‘로또 아파트’ 투기 등의 부작용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상한제 대상으로 지정된 곳 모두 인기지역이다. 수요가 넘치지만, 택지 부족으로 재건축 말고 새 아파트 공급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이들 지역에서 추진 중인 재건축·재개발 단지 90곳, 9만8000여 가구가 당장 타격을 입는다. 분양가를 낮추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어나고 건설업체들의 채산성은 나빠진다. 사업이 지연·중단되는 곳이 속출하면서 주택 공급도 쪼그라들 게 분명하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는 집값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실제 분양가상한제가 예고된 7월 이후 서울 집값은 급등했다. 청약경쟁과 주택 매수심리도 달아올랐다. 재건축·재개발 냉각이 예상되는 데 따른 시장의 반응이고, 새 집 공급이 끊겨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매입하겠다는 수요자들의 당연한 선택이다. 정부가 강제로 분양가를 낮춘다 해도, 주변 시세와 차이가 크면 반드시 ‘로또 아파트’ 투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시장은 결코 정부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의지는 좋다. 하지만 과거의 분양가상한제도 공급 위축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실패했다. 싸게 분양한 새 아파트가 주변 집값을 낮추지 못했다. 수요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릴 마땅한 대책이 없는 까닭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결국 분양가상한제가 시장만 왜곡하고 앞으로 집값을 올리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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