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취임 후 인적 쇄신 등을 통해 리빌딩을 완료했다. 이제 재도약할 일만 남았는데 단기적으로는 수탁고 1조 원 규모를 회복하는 것이 목표이다.”
6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이수형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표는 인터뷰 내내 쇄신과 도약을 강조했다. 한글과컴퓨터 사내변호사 출신인 그는 올해 4월 파인아시아 대표로 취임했다.
파인아시아는 1999년에 설립된 20년 업력의 종합자산운용사다. 2015년 피닉스자산운용에서 파인아시아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총 수탁고(펀드+일임)가 한때 4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대내외적 문제로 사세가 위축되면서 현재는 3000억 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업계 전문가들을 영입하면서 조직을 재정비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현대인베스트먼트에서 자산 운용을 담당하던 배철희 전무를 삼고초려해 모셔와 대체투자 본부를 강화했다”며 “같이 호흡할 문석호 이사는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에 있던 미국회계사로 인프라 딜소싱 경험이 풍부하고 네트워크가 강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전략운용본부는 골든브릿지자산운용 CIO를 역임한 최영준 이사가 맡았다”며 “매출채권과 메자닌, 구조화상품 등을 관리하면서 주식운용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인아시아는 현재 61개의 사모펀드와 3개의 공모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새로 영입한 임원들을 위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조단위 수탁고를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종합자산운용사로서 주식, 채권, 부동산, 특별자산 등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공모와 사모펀드 조성이 둘 다 가능하다”며 “이는 그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수탁고는 약 3000억 원으로 지난 2년간 대내외적인 이슈들로 인해 회사가 부침을 겪으며 수탁고가 감소했다”면서 “최근 적극적인 인력 충원과 파트너 발굴을 통해 증가 추세에 있다. 외형적인 성장으로 수탁고 1조 원을 빨리 회복하는 게 단기적인 목표고, 수익률 제고 등 운용의 내실을 기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파인아시아는 최근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와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산운용 혁신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위메프와는 중소 판매업자 금융 지원을 위한 MOU를 잇달아 체결했다. 크래프트는 100억 원, 위메프는 300억 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정보기술(IT) 회사에 있으면서 IT와 금융의 연결, 핀테크에 평소 관심이 많았다”며 “크래프트는 뉴욕증시에 AI 기반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시키는 등 첨단기술을 금융에 접목해 주목을 받고 있는 금융 스타트업이다. AIFMF 기반으로 하는 ETF 개발, 자동주문집행, 로보어드바이저 등 미래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MOU를 맺었다”고 전했다.
이어 “위메프는 국내 온라인 유통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금융 분야에 있어 포괄적인 협력 방향을 찾고자 한다”며 “그 일환으로 소상공인의 빠른 정산을 위해 선정산펀드를 조성해 실질적인 금융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고, 향후 협력 범위를 더욱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에게는 운용업계 최초의 30대 여성 CEO라는 타이틀이 따라 붙는다. 법대 출신의 이력도 주목받았는데 경영은 부전공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별칭이 부담도 되지만 회사의 재건에 도움이 되는 관심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는 “남성을 통틀어서도 30대 CEO는 처음인 것 같다”며 “회사의 존속을 위해 주주 간의 갈등을 봉합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고, 이를 통해 주주들의 신뢰를 얻었던 점이 대표이사 선임의 주요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컴그룹 재직 당시 다양한 외부 투자와 국내외 인수합병에 총괄변호사로서 참여했는데 단순한 법률 검토 및 자문에서 벗어나 인수합병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딜 스트럭처링부터 클로징까지 함께 하며 전체적인 플로우를 익힐 수 있었다”면서 “이를 통해 스팩 상장, 해외 매각, 글로벌 투자 유치, 재무적투자자(FI)와 공동 인수, 벤처캐피탈(VC) 설립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투자 실무를 직접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회상했다.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펀드 운용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와 관련해서도 한마디 했다.
금융당국은 파안이시아와 아람자산운용이 NH농협은행의 지시를 받아 OEM 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공시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OEM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판매사의 운용 지시를 바탕으로 만든 펀드로 자본시장법상 운용이 금지돼 있다.
이 대표는 “당시 업계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이슈가 발생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손해난 게 없이 펀드 수익률도 높게 돌려주고 만기 정상상환이 다 이뤄졌다. 변호사로서 준법경영 의지가 있고 규제당국을 존중하기에, 수용 가능한 정도의 제재를 호소하며 수습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기업성장투자기구(BDC) 도입 방안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VC들과도 긴밀한 협력을 할 게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 리빌딩이 끝나고 새로운 도약만 남았다. 젊고 스마트한 파인아시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