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파산 홍수에 경제까지 휘청…중국, 미국식 파산보호 시스템 적극 도입

입력 2019-11-07 14:50 수정 2019-11-0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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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파산 접수 건수 1만9000건 육박…지방정부·국영은행 부담 덜게 돼

중국이 기업파산 홍수에 경제까지 휘청거리자 미국식 파산보호 시스템을 공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중국은 대량 해고에 따른 사회 불안을 우려해 기업 파산을 꺼려왔으나 이제는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파산보호는 미국 연방 파산법의 ‘챕터 11(Chapter 11)’에 따라 기업들의 채무 이행을 일시적으로 중지시키고 자산매각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꾀하는 것으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중국은 10년간의 급속한 경기확장과 막대한 차입 여파로 현재 경기둔화에 빠졌다. 지난해 기업 파산 신청 접수 건수는 약 1만9000건에 달해 2년 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접수 건수가 최근 수년간 급증했다는 사실은 중국 정부의 파산에 대한 시각이 극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뜻한다. 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중국 정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당한 기업들로부터 상당 부분의 자금을 회수하고자 파산 제도를 적극 펼치고 있다.

이미 중국은 2007년 공식적으로 새 파산법을 제정해 미국의 챕터11과 비슷한 파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중국 법원은 사회 불안과 대규모 해고를 촉발할 수 있다는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과 채권자들의 파산 신청을 기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인위적으로 기업들이 망하는 것을 막기보다는 이들의 파산을 인정하고 나서 경영 회생을 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제 전체에 더 좋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중국은 2015년 이후 파산법원을 급속히 확대했다. 현재 90개 이상의 미국 스타일 파산법원이 세워져 무질서한 기업 부채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에 새 파산법원이 잇따라 신설됐다.

지난해 파산 절차를 밟게 된 기업 중에는 철강업체인 보하이스틸그룹도 있다. 이 업체는 무려 2000억 위안(약 33조 원) 이상의 빚을 짊어지고 있었다. 과거였다면 국영은행과 다른 채권단이 손해를 전부 감수했을 터였다. 그러나 현재 보하이 자산 중 일부는 다른 철강업체가 인수할 예정이며 채권단은 이를 통해 부채 일부나 전부를 상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렇게 중국 정부가 미국식의 파산보호 시스템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부실기업을 떠안았던 지방정부와 국영은행들은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고 WSJ는 강조했다.

구조조정 전문 컨설팅업체 알바레즈&마샬의 론 톰슨 전무이사는 “중국 당국이 경기둔화로 약한 기업들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이에 당국은 이 문제를 다룰 메커니즘 구축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작된 미중 무역 전쟁도 파산보호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두완화 자문위원회 부주임은 한 관영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관세 인상으로 더 많은 파산이 일어날 수 있다”며 “법원은 비가 오기 전에 집을 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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