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특정 정유사의 제품만을 파는 '상표표시제 고시'가 1일부터 폐지됐다. 이에 따라 특정 정유사의 간판을 내건 주유소도 다른 정유사의 기름을 섞어 팔 수 있게 돼 기름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존 정유사와 주유소간 계약 및 거래 관행으로 인해 실제로 소비자가 혼합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할 판이다.
정유 및 주유소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16년간 시행돼 온 '석유제품판매 표시광고(상표표시제) 고시'가 지난 6월 폐지된 데 이어 1일부터 개정 고시가 시행됐다.
따라서 앞으로 특정 정유사의 간판을 내건 주유소하 하더라도 해당 정유사의 제품 뿐 아니라 다른 정유사의 기름을 공급받아 팔 수 있게 됐다. 물론 이 경우 다른 정유사의 기름을 섞은 제품이 나오는 주유기엔 '혼합제품'임을 표시해야 한다.
개정 고시가 시행됨에 따라 가장 큰 기대효과는 가격 인하다. 한국주유소협회는 고시 폐지를 계기로 기름값이 리터당 40~5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던 정유사간에 공급 경쟁이 가열된다는 가정 아래서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상당수 주유소가 혼합판매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특히 석유제품 도매시장에서 '덤핑'되는 제품 등을 싸게 사올 경우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게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주유 고객들이 저렴한 제품을 만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통상 계약기간이 1~5년인 '전량구매 계약'이 만료돼야 하기 때문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계약기간이 있기 때문에 당장 섞어 파는 주유소가 많지는 않아도, 기간이 끝나거나 정유사의 지원을 받지 않는 주유소들이 혼합판매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게 주유 고객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제휴카드 혜택의 지속 여부도 관건이다. 카드별로 리터당 40~100원씩 할인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혜택이 줄어들 경우 실질적으로 고객들이 느끼는 인하효과는 극히 미비할 수 밖에 없다.
정유사 관계자는 "카드 할인은 정유사와 카드사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섞어 팔린 기름 중 자사 제품 비율이 얼마인지 일일이 조사해 혜택을 줄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