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경제 왈가왈부] 기준금리 인하했는데 시장금리 왜 오를까

입력 2019-1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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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11-10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역주행하는 통화정책 파급효과..매파적 인하+MBS·국고채 수급부담+외국인 국채선물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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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최근 채권시장 금리가 급등하는 것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한은 집행간부들과 일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의 답이다. 사실상 유구무언인 셈이다.

실제 채권시장 금리는 10월 금리인하를 기점으로 급상승 중이다. 8일 기준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1.518%와 1.803%. 금리인하 직전일인 지난달 15일(각각 1.281%, 1.499%)과 비교하면 각각 23.7bp(1bp=0.01%포인트)와 30.4bp 올랐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8월 중순(8월19일 1.093%, 8월16일 1.172%)과 비교할 경우 오름폭은 각각 42.5bp와 63.1bp에 달한다.

한은 기준금리는 환매조건부채권(RP) 7일물 금리를 타깃으로 한다. 이런 점에서 채권시장은 한은 통화정책을 가장 가까이서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곳이다. 소위 통화정책 파급경로상 가장 가까이에 있다.

이같은 시장금리 역주행은 결국 금리인하 효과를 반감시킬 수밖에 없다. 채권시장 금리와 연결돼 있는 가계 및 기업 대출금리도 상승 중이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역대 최저수준에 와 있는 기준금리를 두고 정책여력 내지 실효하한 논란이 거세다. 10월 금리인하에 대한 실기론이 나오기 충분하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엔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요인들을 짚어본다.

◇ 임지원 위원 동결 소수의견의 정치경제학 = 우선 10월 금리인하가 예상보다 매파(통화긴축)적이었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 참여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추가 금리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확산했다. 또, 추가 인하가 있더라도 그 시점은 내년 2월 혹은 내년 상반기를 넘긴 시점에나 가능할 것으로 봤다. 결국 추가 인하를 기대하기엔 너무 멀어 보이게 된 셈이다.

10월 금통위에서는 전통적 매파인 이일형 위원이 금리인하에 반대한 것은 물론, 그간 중립 성향으로 인식됐던 임지원 위원까지 금리인하에 반대하고 나섰다. 임 위원의 반대가 더 충격적(?)으로 받아드려졌던 것은 그가 이주열 총재를 제외하고 내년 이후 유일하게 남아있을 금통위원이기 때문이다.

내년 4월20일 이일형·조동철·고승범·신인석 위원이, 이후 8월20일 윤면식 부총재가 각각 임기종료를 이유로 금통위원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결국 누가 차기 금통위원으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임 위원이 매파적 입장을 고수한다면 추가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합리적 추론일 수밖에 없다.

10월 금리인하 이후 발표된 통화정책방향과 이주열 총재 기자설명회에서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를 지켜보겠다”고 언급한 것도 매파적으로 받아드려지기 충분했다.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소위 파급시차는 통상 6개월을 넘긴다. 이에 따라 7월과 10월 금리인하 효과를 지켜보려면 최소 내년 1분기(1~3월) 내지 이를 지나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기 충분하다.

마침 내년 4월15일엔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4월20일엔 네 명의 금통위원이 대거 교체될 예정이다. 총선 이전엔,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의 대거 교체를 전후한 시점엔 통화정책 변경이 거의 없었다. 총선 이전 금리변경은 자칫 여권을 이롭게 만든다는 정쟁에 휘말리기 쉽고, 금통위원 교체시기엔 소위 ‘나가는 마당에’, ‘적응하느라’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10월 금리인하에 손을 들었던 한 금통위원은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이 중요한 시점인데 10월 금통위가 너무 매파적이었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 제2 안심전환대출 MBS 20조·내년 적자국채 60조 = 채권 금리는 8월 역사적 저점을 기록한 이후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 단초는 우선 제2 안심전환대출과 관련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 20조원 발행이 제공했다.

발행규모와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 30조원 발행설 등 각종 루머(소문)가 나돌며 시장 심리부터 위축시켰다. 결국 8월21일 통상적인 MBS 입찰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면서 시장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실제 8월21일 국고채 5년물 이상 채권금리는 전일대비 8bp를 전후해 올랐다.

발행시기도 문제다. 한해 영업을 마무리하는 시점인 12월부터 발행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MBS 발행시 주된 매수주체는 은행들이다. 그렇잖아도 MBS 인수를 위한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들은 그만큼 국고채 매수를 미루거나 기존 매수했던 국고채를 팔아야 한다. 연말과 맞물리면서 매수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8월29일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적자국채를 60조2000억원이나 발행하겠다고 밝힌 점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는 올해 적자국채 물량 33조8000억원(실제 계획물량 31조9000억원) 대비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결국 내년 초까지 채권시장은 제2 안심전환대출 관련 MBS와 증가한 적자국채 발행에 따른 수급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0월 금통위 이전부터 채권시장에서는 10월 금통위를 기점으로 시장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뤘었다. 금통위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관심의 초점은 연말과 함께 MBS발행과 증가한 적자국채발행에 대한 부담감으로 옮겨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김남현의 채권 왈가왈부] “떡(금리인하) 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시즌2, 2019년 10월14일 기사 참조).

◇ 외국인 국채선물 대량 매도 = 외국인의 국채선물 대량 매도도 채권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특히 10년 국채선물 시장에서는 10월7일부터 10월29일까지 16거래일연속 순매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2010년말 국채선물 재상장이후 역대 최장 순매도 기록으로, 같은 기간 순매도규모는 3만4449계약에 달했다.

외국인의 국채선물 누적순매수 포지션 추정치를 보면 7일 기준 3년 선물 시장에서는 11만7107계약을, 10년 선물 시장에서는 2만105계약을 기록 중이다. 이는 각각 1년8개월과 1년6개월만에 최저치다.

외인의 선물 대량 매도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다. 우선 미·중간 무역협상에서 1단계 합의 가능성이 확산했고,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합의없는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줄고 위험선호현상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현물 채권투자에 나서는 외국인과 달리 국채선물투자 외국인은 주로 단기투자 성격이 강하다는 점도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 이유다. 실제 국채선물을 대량매도한 10월에도 외국인은 현물 채권을 3조3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채권과 이자율스왑(IRS)간 금리차이인 본드스왑 스프레드 역전폭이 최근 확대(와이든)된 것도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를 촉발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즉, 기존 국채선물 매수와 이자율스왑(IRS) 시장에서 페이(pay, 변동금리 수취+고정금리 지급)를 취했던 본드스왑 포지션에서, 본드스왑 와이든으로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청산(국채선물 매도+IRS 리시브(receive, 고정금리 수취+변동금리 지급))했다는 것이다. 실제 5년물 기준 본드스왑은 4일 현재 마이너스(-)26.0bp를 기록하며, 1년4개월만에 와이든을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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