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주회사 전환에 총수일가 지배력만 높아졌다

입력 2019-11-11 12:00 수정 2019-11-1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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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밖 계열사 64% 사익편취규제회사·사각지대 속해…"총수家 경제력 집중 우려"

▲대기업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대기업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대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후 지주회사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한층 더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의 64%가 사익편취규제대상회사·사각지대에 속해 이를 이용한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및 경제력 집중 우려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주회사란 공정거래법상 주식을 소유해 사업회사(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를 지배하는 회사를 말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구조 불안정성이 커지자 정부가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1일 발표한 ‘2019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환 분석결과’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지주회사는 173개사로 전년과 동일했다. 173개 지주회사 중 94개사(54.3%)가 자산총액 5000억 원 미만의 중소 지주회사였다.

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공시대상기업집단) 전체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이하 전환집단)은 총 23개사로 전년보다 1개사 증가했다.

이들 전환집단 소속 지주회사에 대한 총수의 평균 지분율은 27.4%로 전년보다 0.8%포인트(P) 줄었다. 그러나 총수일가(총수 포함)의 평균 지분율은 전년보다 4.9%P 늘어난 49.7%를 기록했다. 새로 전환집단이 된 효성과 애경의 총수지분율(효성 9.4%·애경 7.4%)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총수일가 지분율(효성 53.3%·애경 45.9%)이 높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총수가 있는 전환집단 21개사 중 총수일가가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지배하고 있는 계열회사는 총 170개사로 전년보다 57개사 늘었다. 이는 롯데·효성·HDC·애경 등 4개 대기업집단이 전환집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중 총수일가 소유 지분 20% 이상 회사(상장사 30% 이상)인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81개사다. 81개사 중 9개사는 지주 체제 밖에서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중 올품(하림지주), 신양관광개발(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등 6개사는 총수 2세 지분이 20% 이상이었다.

규제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 회사(총수일가 소유지분율 20~30% 상장사 등)는 29개사다.

전환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전체 매출액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15.82%로 전년(17.16%)보다 다소 줄었으나 일반 기업집단(9.87%)보다는 높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환집단의 체제 밖 계열사 중 절반 이상(64%)이 사익편취 규제대상이거나 이의 사각지대에 있어 이들 회사를 이용한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및 경제력 집중 우려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소유지배구조를 투명화하는 지주회사 체제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은 계속해 유지하되, 총수일가의 과도한 지배력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요건을 상향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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