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내년 세계경제 3.2% 성장…선진국 통화ㆍ재정정책 한계"

입력 2019-11-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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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세계 경제 전망’…"통화 완화세는 지속, 국제유가는 공급과잉으로 하락 전망"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소폭 오른 3.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KIEP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0년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했다.

먼저 올해 성장률은 2.9%로 지난해(3.7%)보다 0.8%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5월과 비교해선 전망치를 0.3%P 하향 조정했다. KIEP는 “성장세 둔화에 대응해 각국 정부는 완화적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내외 갈등으로 인해 확장적 거시정책의 지속적 이행 여부는 불확실하며 효과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준금리는 이미 낮은 수준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이며, 높은 재정적자 규모로 인해 확장적 재정정책도 지속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내년에는 성장률이 3.2%(PPP 환율 기준)로 올해보다 0.3%P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KIEP는 △내년 연평균 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50.7달러를 기록하고 △미국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다른 주요국 통화정책의 변화는 완만하고 △중국은 정부 경제 성장률 목표치 내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을 전제로 이 같이 전망했다.

국가별로 주요 선진국은 성장률 둔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통화정책·재정정책의 경기부양 효과 감소 등 하방요인이 작용하면서 올해보다 0.3%P 낮은 2.0%의 성장률 기록하고, 유로지역과 영국은 독일 경기둔화 장기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등 하방요인이 작용하면서 성장률이 올해와 비슷한 1.1%, 1.0%에 각각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소비세율 인상, 미·중 무역협정 관련 불확실성,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등으로 올해보다 0.3%P 낮은 0.4%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그나마 신흥국은 중국의 성장세 둔화에도 올해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정부가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중 무역협정 관련 불확실성, 중국 기업 디폴트 증가, 홍콩시위의 장기화 등으로 올해보다 0.2%P 낮은 6.0%의 성장률이 전망된다. 반면 인도는 최근 발표된 경기부양책 효과에 힘입어 성장률이 6.2%로 올해보다 0.5%P 오르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5개국은 대외여건 악화가 지속되나 완화적 통화정책 등을 통한 민간소비 증가로 올해와 비슷한 4.9%의 성장률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서방의 대러 제재,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완화적 통화정책의 지속, 정부투자 확대 등 상방요인이 작용하면서 올해보다 0.6%P 높은 1.7%의 성장률이 전망된다. 브라질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가운데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연금개혁, 공기업 민영화, 세제 간소화 등으로 올해보다 1.0%P 높은 1.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경제 전문가 60명은 KIEP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내년 세계 경제가 2.9%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0%(10명), 2.7%(9명), 2.8%(8명), 2.5%(8명), 3.1%(7명)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가장 높은 전망치를 보고한 응답자는 3.5%(3명)의 성장률을 제시했다. 가장 낮은 전망치는 2.0%(1명)였다. 전문가들은 미·중 통상분쟁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하방요인으로 평가했다.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내년 세계 교역은 무역갈등 심화, 중국의 수요 감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가중, 금융시장 불안정 및 투자 위축 등으로 인해 둔화 가능성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 올해와 비교해 상대적 회복세를 보이면서 예전과 비슷한 2~3%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은 단기적으로 미·중 무역협상이 1단계 합의에 대한 기대감과 미 연준의 금리 인하로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이후에는 주요 선진국 간 통화정책 기조가 엇갈리며 소폭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추가적인 통화 완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 연준은 현재의 수준에서 정책금리를 동결이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은 미·중 무역협상 부분 합의로 상승세가 제한되고 있지만, 최근 미·중 통상분쟁 전개 양상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향후 무역갈등이 재점화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일본 수출규제나 북한 관련 리스크 등 대내 불안요인도 산적한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미국을 중심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회원국의 원유 공급이 증가하는 가운데, 세계 원유 수요는 둔화하면서 공급과잉으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영 KIEP 원장은 “올해를 무역전쟁 격화의 해라고 한다면 2020년 세계 경제의 키워드는 불확실성, 정책 불확실성의 지속이라고 할 수 있겠다”며 “우선 미·중 분쟁의 향후 전개 방향이 대단히 불확실하고, 두 번째로 경기둔화에 맞서 주요 선진국들이 완화적 통화정책,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고 하고 있는데 정책 신호가 좀 다르고 대내외 갈등으로 인해서 이러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실행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2020년에도 미·중 통상분쟁이 지속되겠지만 올해만큼 격화하지는 않고, 부분 타결이랄까 일부 다소 완화할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최근 타결을 선언한 RCEP도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추세를 완화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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