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의 역습’ 에이치엘비 급등에 반성문 쓴 여의도

입력 2019-11-11 15:37 수정 2019-11-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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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엘비의 주가 급등으로 공매도에 베팅한 기관들이 역풍을 맞고 있다. 공매도로 큰 손실을 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고객들의 항의에 몸살을 앓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에이치엘비 주가는 470.75% 급등했다. 바이오주 임상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대상이던 에이치엘비는 7월 30일 2만3900원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임상3상 성공 소식에 현재(10일 종가 기준) 14만7800원까지 치솟으면서 공매도 베팅에 나섰던 기관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외국 증권사 창구를 통해 에이치엘비 공매도에 나섰다. 현재 에이치엘비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상장 주식수 대비 0.5% 이상 보유) 상위권에는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씨티드룹, 크레디트, 씨티그룹 등이 이름을 올렸다. 6개월간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거래금액은 8164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비중(거래금액 기준)은 평균 8.18%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 전체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2.46%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에이치엘비의 호재는 8월부터 시작됐다. 항암신약물질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 결과 발표와 리보세라닙을 다룬 논문이 유럽종양학회(ESMO) 베스트 논문에 선정되면서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 이어 엘리바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크게 올랐다.

투자자들은 거래 위탁을 맡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부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이 에이치엘비에 대한 공매도에 나서며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위를 명명백백하게 조사해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타이거자산운용의 경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타이거자산운용은 수십억 원 규모의 에이치엘비 공매도로 전체 펀드 포트폴리오에서 2.7%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최근 공식 사과문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고객 및 투자자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8월에 에이치엘비 공매도를 했는데 해당 종목이 초급등을 하며 손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당사의 전체 포트폴리오 운용 금액은 3500억 원 수준으로 에이치엘비의 비중은 크지 않다”며 “추가적인 공매도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또 우리가 공매도를 하는 이유는 해당 회사가 망하길 바라는 마음이나 주가를 떨어트리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라며 “공매도는 어려운 정치ㆍ경제 환경 속에서 펀드 수익률을 지키이 위한 보험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케이프투자증권도 최근 홀세일본부장이 에이치엘비 공매도로 인한 손실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주의 경우 임상 3상을 수행하고 있는 기업들의 결과를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불확실성이 있다”며 “에이치엘비를 비롯해 제약ㆍ바이오 섹터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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