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문재인 정부, 진정한 ‘소통’ 원한다면

입력 2019-11-1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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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장

집권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가 소통과 협치 기조를 전면에 내세웠다. 10일 집권 후반기 첫 시작을 대통령보다 만나기 힘들다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3실장이 한자리에 모여 첫 기자간담회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처음으로 사적 공간인 관저에서 여야 5당 대표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했다.

모두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또 문 대통령은 19일 MBC에서 생방송으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직접 집권 후반기의 구상을 밝힌다. 6개월 전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진행한 KBS 기자와 일대일 대담 형식의 인터뷰를 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과 KBS 기자와 일대일 대담 형식에 불만을 나타내는 기자들이 많았다. 특정 언론사가 모든 국민을 대변하는 것처럼 인터뷰를 진행한 점에서 과연 소통을 위한 인터뷰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논란만 일으키며 문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국민에게 알려지지 못해 청와대가 기획한 야심 찬 소통 행보가 퇴색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민과의 대화’는 청와대의 소통 의지를 잘 보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처럼 집권 후반기를 맞아 문 정부는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소통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야권에선 그동안 문 정부를 ‘불통 정부’, ‘극단적인 진영 대결’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야당에 손을 내밀었지만 거절당해 소통할 수 없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청와대와 야권은 서로 불통 책임만 내세우며 소통 없이 악순환만 반복했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이다. 소통은 상대방이 있어서 일방적인 주장이나 의견 개진은 소통이라고 할 수 없다. 그만큼 상대방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만큼 소통을 이루긴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집권 후반기 청와대가 밝힌 소통과 협치 기조가 잘 이뤄지려면 ‘나만 옳다’거나 ‘개혁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물론 야당의 과도한 ‘발목잡기’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청와대와 여당이 책임을 전가하지만 이를 감수해야 소통을 이룰 수 있다. 정권 출범부터 이는 예견된 일이다.

그동안 청와대 출입 기자들 사이에 춘추관은 ‘창살 없는 감옥’이라는 농담이 나오곤 했다. 청와대 3실장을 비롯한 주요 수석들이나 참모진과의 연락이 잘 이뤄지지 않아 기자들을 춘추관에만 가둬 뒀다는 얘기다. 청와대 3실장이나 주요 수석들이 한 번씩 춘추관에서 정책 설명회를 할 때마다 첫 마디가 “전화를 받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이다. 가끔 참모들과 개인적으로 식사 자리를 가지게 되면 “회사 얘기는 하지 말자”고 전제한다. 사실 참모진과 기자들이 식사할 이유가 없어진다. 역대 정부에서 몇몇 기자들과 비공개 만남으로 정부 정책을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거나 엇갈린 목소리로 올바른 정부 정책을 전달하지 못하는 우를 범한 적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 참모진이 조심스러워서 하는 점은 십분 이해는 된다. 이전 정부보다 소통이 잘 이뤄진다고 청와대는 자화자찬하지만, 과연 소통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청와대가 정책에 대해선 참모진이 적극 나서 기자들이나 국민에게 설명하라고 한 점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청와대가 집권 전반기 평가에서 경제지표가 최악을 보임에도 큰 반성 없이 여전히 변함없이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3실장이 천명한 점은 아쉽다.

자기반성 없는 소통은 결국 주장과 일방적 의견 개진에만 그칠 수밖에 없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다”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지만 아직 기둥조차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혁신 경제를 위해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여전히 규제개혁이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우리 사회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의 눈높이가 너무 높았다는 얘기도 다시 말하면 여전히 우리 사회 지도층의 특권과 반칙, 불공정이 관행이라는 말로 성행하고 있다.

노 실장의 말대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선거제 개혁, 검찰 개혁, 경제 패러다임 대전환, 규제 개혁 등 많은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를 이루려면 먼저 정부가 경제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국민에게 왜 실패했는지 솔직히 말하고 이해와 도움을 구하는 것이 소통의 첫걸음이 아닐까. 책임을 외부로 돌리기 이전에 철저한 자기반성이 먼저 이뤄져야 소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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