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손 탄 '분양가심사위'… 벌써부터 '들러리' 논란

입력 2019-11-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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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11-11 18:4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분양가심사위도 공공위원이 좌지우지 '독립성 훼손' 우려

민간택지에 공급되는 아파트의 일반분양가가 철저하게 정부 통제를 받게 됐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단지의 분양가 수준을 책정하는 회의체에 공공위원의 수가 민간위원보다 많거나 분양가 통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국토부 산하기관이 참여하게 됐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수급(수요와 공급)과 주변 시세 흐름을 토대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것이 아닌 ‘비싸면 안 된다’는 정부의 틀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운영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아야 하는 민간택지는 국토교통부 내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에서, 해당 지역의 분양가 수준은 지자체 내 분양가심사위원회(이하 분심위)에서 각각 결정한다.

주정심은 이미 ‘거수기’ 논란에 휩싸인 회의체다. 주정심 위원 구성은 정부 부처 차관급 등 당연직위원 13명, 교수 등 민간위원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달 6일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지를 서울의 27개 동(洞)으로 지정하기 위해 열린 대면회의에는 당연직 위원 9명, 민간위원 8명이 참석했다.

이날도 주정심은 짜인 각본대로 움직였다는 지적을 면하지 못했다. 대면회의에 앞서 주정심 위원장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분양가 관리를 회피하고자 하는 단지가 있는 지역은 반드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하도록 하겠다”고 엄포한 것이 문제였다. 약 20명에 달하는 심의위원들이 의견을 교환하기도 전에 위원장이 지침을 내린 꼴이 됐기 때문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건축ㆍ재개발 단지와 같은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고 예고한 지 3~4개월이 지났는데도 국토부가 제대로 준비했는지 의문”이라며 “주정심에서 원안 그대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이 통과(지정)된 것은 형식상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분심위의 경우 이번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감정원을 위원으로 새로 추가하면서 시장 상황보다는 정부의 입맛대로 분양가가 책정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분심위를 거치는 것과 별개로 HUG의 분양보증을 발급받아야 하는 사업 주체로서는 이중 규제를 받게 되는 셈이다.

HUG는 고분양가 관리를 통해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분양가를 낮추려는 HUG와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려는 사업 주체(재개발ㆍ재건축 조합) 간 이견은 종종 발생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최근 내부적으로 조합원은 3.3㎡당 2752만 원, 일반분양자는 3.3㎡당 3550만 원으로 분양가를 책정했지만, HUG는 3.3㎡당 2600만 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HUG와 조합 간 분양가 갈등은 대부분 HUG가 원하는 대로 결론이 내려졌다.

뿐만 아니라 분양가를 통제하는 HUG의 분양보증 발급과 지자체의 분심위도 ‘따로 또 같이’ 움직였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의 분양가와 관련된 법령에는 HUG의 분양보증 발급과 분심위 중에서 어느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사업 주체인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에서 사전에 승인받은 분양보증과 분양가 수준을 기준으로 분심위에서 분양가를 그대로 책정하는 일이 빈번했다. 분심위 자체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HUG의 기준을 따르는 ‘복붙’(복사해서 붙이기) 수준에 머문 것이다.

더욱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을) 순발력 있게 추가로 지정할 수 있다”며 직접 분양가 상한제를 언급한 만큼 분심위도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보증 발급과 분심위 중 어느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분심위에 HUG가 참석하는 것은 결국 ‘옥상옥’인 꼴인데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심위가 독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HUG가 중립적인 자세를 지키면서 분양가 책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HUG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예전보다 더 정부의 입김에 분심위가 좌지우지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전문성을 갖춘 HUG가 분심위에 참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면서 “HUG가 분심위에 참여하면서 분양가를 옥죈다는 것보다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분양가를 더 유연하게 논의할 수 있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분심위의 전문성을 위해 HUG와 감정원을 심사위원으로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HUG는 분양보증 발급 업무를 맡으면서 고분양가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그 부분에 있어서 전문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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