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 기업의 코스닥 상장과정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나 다름없죠. 이번 기회를 통해 후속 관련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 지속적으로 진입하게 된다면 제약바이오 산업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제약바이오업계의 ‘4차 산업 관련 혁신기업’ 상장 1호로 떠오른 신테카바이오의 김태순 경영총괄 사장은 ‘퍼스트무버(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자)’로서 상장과정의 어려움에 대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김 사장은 13일 이투데이와 만나 “제약업계에선 선례가 없던 인공지능을 접목한 신약개발 기업의 상장이다 보니 기술 검증 및 비지니스 모델 등에 대해 한국거래소의 인정을 받아내기까지 타 기업들보다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신테카바이오는 2009년 설립된 기술벤처 회사다. 이 회사는 CJ헬스케어, JW중외제약 등과의 협업과 함께 유전체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 임상시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개발 및 유전체 정밀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간 400억 원의 벤처캐피털(VC) 투자를 유치해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국내 170여 개 AI신약개발 기업 중 처음으로 성장성 특례로 코스닥 상장심사를 통과하고 연내 코스닥 입성을 위해 상장공모 등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선 신테카바이오의 코스닥 상장 승인이 연평균 40%까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AI신약개발의 세계적 흐름에 적절했다는 평가다.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는 대안인 AI를 이용한 신약개발은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의 필수과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 세계 제약산업에 이 같은 IT기술이 접목되면서 패권다툼은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신약개발에 데이터분석과 예측이 중요해지면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IT회사들이 제약바이오를 전략 사업으로 표방하며 대규모 투자와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김 사장은 미국·유럽 등이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IT기술은 기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강조한다.
그는 “신약개발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과 10년 이상 소요되는 시간 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효율적인 AI에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기업 모두 발 빠른 대응만이 선진국보다 뒤처진 K바이오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정부에서도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개발의 시급함을 인지하고 이를 위해 향후 3년간 258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는 “국가 지원금도 중요하지만 미국 FDA(식품의약국), EMA(유럽식품의약국)를 제치고 퍼스트무버가 될 수 없다면 K바이오가 바이오시밀러처럼 후발주자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을 국가가 기업들에 제시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 출신이자 다국적 제약기업인 MSD에서 신약개발 임상연구 이사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김 사장은 자사의 AI신약개발의 비지니스 전략도 내놨다. 다수의 AI신약개발 기업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신약개발 초기단계(디스커버리)보다 임상시험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디벨롭먼트)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는 유전자정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개인유전체지도(PMAP)를 이용해 임상시험에 최적화된 유전자 패턴을 지닌 환자군을 예측하는 방법으로 맞춤형 치료의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으로 무장한 신테카바이오는 앞으로 업계 첫 상장기업으로 내실을 다지는 데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IT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로서 10여 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발판 삼아 국내 바이오 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상장공모 금액으로 고급인력 및 IT시설 장비를 확충해 기술 진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