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항소심서도 검찰의 구형(벌금 3000만 원)보다 높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이일염 부장판사)는 14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1심이 내린 16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은 취소했다.
재판부는 “그룹 총수의 배우자 지위를 이용해서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고용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치밀한 수단을 강구했다”며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검찰이 구형한 벌금형은 죄책에 상응하는 형벌이라고 보기 어려워 징역형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 유흥업소 등의 외국인을 취업시켜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범해지는 출입국관리법과 죄질을 달리하고, 이 전 이사장이 뒤늦게나마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이 사건으로 장녀와 함께 수사와 재판을 받았고 남편마저 사망하는 아픔도 겪어 별도의 사회봉사는 명령하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전 이사장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필리핀인 6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위장해 입국시켜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이들의 지시를 받아 현지에서 가사도우미를 선발하고 일반 연수생 비자(D-4)를 발급받아 입국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이 전 이사장이 2016년 7월과 2017년 7월 각각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항공운수 종사자인 것처럼 꾸며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하고 담당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공소장에 추가했다.
한편 조현아(44)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필리핀인 5명을 위장 입국시켜 불법 고용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조 전 부사장은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