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서울ㆍ수도권 분양시장에 ‘큰 장’이 선다. 통상 11월과 12월은 분양 비수기로 통하는데도 올해는 이 기간에 적지 않은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 내년 4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주요 단지들이 분양 시기를 앞당긴 영향이다.
연말 신규 분양 물량이 많은 만큼 청약가점 고점자가 아닌 청약 대기자도 ‘당첨’이라는 행운을 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다음 달까지 서울에서 분양될 아파트는 1만9416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5780가구)보다 3배 이상 많다. 경기도와 인천에서는 각각 2만9535가구와 1만5236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작년 동기 물량인 1만8383가구, 3674가구보다 수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전국 기준으로도 올 연말까지 10만616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작년(4만7059가구)보다 2배 이상 많다. 10만여 가구 가운데 수도권(6만4187가구) 물량이 차지는 비중은 63.8%로 절반 이상이다.
서울에서는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아파트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를 비롯해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 한신더휴’ △서대문구 ‘DMC 금호 리첸시아’(가재울9구역 재개발 단지) △용산구 ‘효창 파크뷰 데시앙’(효창6구역 재개발 단지) △영등포구 ‘신길 더샵 프레스티지’(신길3구역 재개발 단지) 등이 있다.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연내 분양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 분양은 내년 초에나 이뤄질 것으로 현지 부동산 중개소들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약 경쟁이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만큼 대기 수요자들이 전략적으로 청약시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른바 ‘눈치작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주 청약을 진행한 강남구 대치동 ‘르엘 대치’(구마을2지구 재건축 단지)는 31가구 모집에 6575명이 몰리면서 평균 212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이는 올해 서울 최고 청약경쟁률이다. 같은 날 서초구 잠원동 반포우성 재건축 단지인 ‘르엘 신반포 센트럴’도 135가구를 모집하는 데 1만1084명이 청약을 신청하면서 평균 82.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 4월 이후에는 신규 분양 물량이 줄고 청약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감에 올 연말에 나오는 분양 물량을 잡으려는 수요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미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어 연내 선보일 단지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낮다는 것도 청약 경쟁을 부추길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실수요자 입장에선 자신에게 적합한 청약 전략을 짜는 일이 중요해졌다. 청약가점(84점 만점)이 70점대 중반 이상이라면 당첨 안정권에 들 수 있는 만큼 상한제 적용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4월 이후 청약에 나서는 게 좋다.
9월 강남구 삼성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라클래시‘의 당첨자 청약가점은 평균 69.5점이었고, 지난달 초 강남구 역삼동에서 분양한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 역시 당첨자 최저 가점이 63점에 이르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청약가점이 높거나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 자격을 갖췄다면 분양가 상한제 물량을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청약가점이 50~60점대로 아주 높지 않은 청약 예정자들은 올 연말 분양 물량을 노리되, 청약 고점자가 몰릴 것 같은 분양 단지는 피하고 당첨 가능성이 큰 물량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강남권을 비롯한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단지에서는 고점자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특히 중간점수 청약 가점자들은 강남권, 마용성 지역이 아닌 그 외 서울지역의 소규모 단지나 주상복합 아파트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 인기가 높은 전용면적 59ㆍ84㎡보다 전용 62ㆍ74㎡ 같은 소위 ‘낀 면적’의 주택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중도금대출이 가능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분양가 9억 원 이하 면적을 노리는 수요자들도 많을 것이란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김은진 팀장은 “청약가점이 30~40점대로 인기 단지 당첨이 쉽지 않거나 높은 청약경쟁률을 우려하는 실수요자라면 경기ㆍ인천권 분양 단지를 노리는 게 좋다”며 “차선책으로 전매 제한이 없는 분양권과 입주권, 또는 입주 5년 차 이내 새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