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날 청문회가 트럼프가 권력을 남용했다는 야당 민주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지만 대통령을 탄핵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가 첫 공개 청문회 증인으로 나섰다.
이날 청문회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증언은 테일러 대행의 보좌관이 지난 7월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를 수행, 우크라이나 키예프를 방문했을 때 들었다는 내용이다.
테일러의 증언에 따르면 선들랜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화통화가 이뤄지고 나서 하루 뒤인 7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에서의 진전 상황을 보고했다. 트럼프는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던 선들랜드 대사에게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에 관해 물었으며 대사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조사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이 내용을 보좌관이 들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시 선들랜드와의 전화에 대해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켄트 부차관보는 트럼프의 고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해 ‘정치적 동기에 따른 조사’를 촉구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정적 수사를 외국에 요구하는 것은 바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민주당 소속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청문회 시작 전 개회사에서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고 우리의 선거에서 외국의 간섭을 불러일으킨 것 또는 자신의 재선에 도움이 되고자 동맹국에 강요하거나 뇌물을 주려고 한 것들이 탄핵이 아닌 행동이라면 무엇이 그런 행동인가”라고 반문했다.
공화당은 이날 두 사람의 증언에서 직접적인 증거는 없고 전언과 추측만 난무할 뿐이라고 공격했다. CNN은 공화당의 싸움꾼들이 이번 사안을 이해하기 어렵게 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며 민주당이 현 판세를 바꾸려면 청문회에 나오는 모든 증언을 더욱 설득력이고 간결하게 정리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구체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청문회에서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의 지지가 무너질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WP는 두 증인이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나 트럼프의 생각을 잘 아는 최측근과 직접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다는 한계를 지적하면서 트럼프를 탄핵시킬만한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청문회를 주의 깊게 시청하는 사람들과 아예 ‘연극 무대’처럼 간주하고 무시하는 사람들로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렸다며 미국 국민의 분열을 더욱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개 청문회에서는 다음 주까지 총 11명이 증언에 나설 예정이다. 테일러가 증언에서 언급했던 선들랜드도 20일 청문회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