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사이트] “외부냐 내부냐”…‘임추위’ 없는 차기 기업은행장, 소문만 무성

입력 2019-1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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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진 행장 내달 말 임기만료…후보자 사전 검증 ‘그림의 떡’

“발표되는 날 알았다. 여러 소문은 있었지만 늘 위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정말 마지막까지 모르고 있었다.”

2016년 말 기업은행장 선임을 앞두고 유력한 행장 후보로 떠올랐던 한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이번 행장 선임도 발표되는 날이 돼서야 누군지 알 것이라고 일렀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내달 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행장 인선에 대해선 여전히 소문만 무성하다. 연임 여부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냐, 외부냐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결정되기 전까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의 성격이 섞인 기업은행이지만, 행장을 선임할 때만큼은 시중은행의 색이 완전히 사라진다. 타 은행과 달리 임원추천위원회(혹은 행장추천위원회) 없이 행장 선임이 이뤄져서다. 매번 복권 당첨자 뽑듯 행장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임추위가 있으면 후보를 사전에 검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관을 임명할 때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여는 것과 비슷한 문턱인 셈이다. 늘 노조에서 임추위를 열자고 주장하는 것도 사전에 후보자가 기관에 어울리는 인물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이것마저도 그림의 떡이다. 임추위를 ‘열지 않아도 된다’가 아니라 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임추위를 열었던 흔적이 있는 수출입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은 임추위를 열려면 정관을 고쳐 상위기관에 승인도 받아야 한다. 그래서 금융위원회 제청, 대통령 임명이 반복된다.

기업은행 노조도 이러한 깜깜이 인선 방식에 반기를 들고 행추위 신설 등의 노력을 했지만,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단순히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수반되는 번거로움이 걸림돌이 된 것은 아니다. 임추위 설립 근거를 마련하면 금융위의 제청권이 자연스럽게 약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정관의 승인 권한은 금융위에 있다. 기업은행이 정부 입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

기업은행은 기관의 자율성을 위해 ‘기타공공기관’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았지만, 실상은 정부의 관리가 강력하게 작용 되는 모순된 구조를 가진 셈이다.

기업은행은 3대째 내부에서 행장이 선임된 덕분에 내부에서 큰 잡음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외부에서 나올 것”이라는 풍문처럼 임추위 없이 외부에서 선임되면 적지 않은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기업은행 노조는 행장 선임에 앞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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