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강자’ HP, 제록스 인수 제안 거절…“가치 과소평가”

입력 2019-11-18 08:32 수정 2019-11-1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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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만장일치로 거부…“추가 검토 열려 있다” 합병 가능성은 잔존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위치한 휴렛팩커드 (HP) 본사에 기업 로고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팰로앨토/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위치한 휴렛팩커드 (HP) 본사에 기업 로고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팰로앨토/AFP연합뉴스.
개인용 컴퓨터(PC) 및 프린터 제조사인 휴렛팩커드(HP)가 미국 사무기기업체 제록스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1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HP 이사회는 이날 제록스의 제안이 자사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주주들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 이를 만장일치로 거절했다고 밝혔다.

제록스는 이달 초 HP를 주당 22달러, 총 335억 달러(약 38조 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인수 금액 중 77%는 현금, 나머지 23%는 제록스의 주식으로 구성됐다.

이사회는 제록스에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작년 6월 이후 제록스의 연간 매출액이 102억 달러에서 92억 달러로 감소했다는 것을 주목한다”며 “이는 우리에게 제록스의 사업, 그리고 미래 전망의 궤도와 관련해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제록스의 HP 인수 제안이 처음 알려지면서부터 쉽게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인수 제안 당시 HP의 시가총액이 약 270억 달러로, 제록스(80억 달러)보다 세 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HP는 인수 가능성을 아예 닫아놓지는 않았다. HP는 서한에서 “통합할 경우 잠재적 이익을 인정한다”며 “우리는 제록스와의 잠재적 합병을 통해 HP의 주주들에게 창출될 가치가 있는지 더 검토하는 것에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인수 조건이 변경될 경우 합병이 성사될 수도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록스 지분 10.6%를 보유한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최근 HP 주식 12억 달러어치를 사들였다. 그는 비용 절감 가능성, 프린터 부문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등을 고려할 때 합병된 회사가 두 주주 모두에게 가장 이익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두 회사의 합병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본사를 둔 HP는 PC, 소형 프린터, 인쇄 용품을 판매하는 회사다. 지난해에는 580억 달러의 매출을 냈다. 그러나 HP는 주요 수입원 중 하나였던 프린터와 잉크 판매 쪽의 실적이 부진해짐에 따라 앞으로 3년간 전 세계에서 인력 90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는 전체 인원 5만5000명 중 16%에 해당한다.

미국 코네티컷주 노워크에 본사를 둔 제록스는 복사기, 프린터 등을 제조 판매하는 한편 문서관리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간 매출은 100억 달러 수준이며, 그 대부분은 기업용 기기 대여 및 유지 사업에서 나온다.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올해 들어 주가도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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