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아우른 범 현대가의 진격…4차산업 혁명 시너지 기대

입력 2019-11-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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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통한 사세 확장ㆍ실적 개선 통해 존재감 더욱 커져

20여 년 전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범(汎)현대가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올 초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사를 밝히며 세계 1위 조선사 출범을 공표한 데 이어,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품게 되자 범현대가는 ‘육(자동차)·해(조선)·공(항공)’을 모두 아우르는 거대 항공모함에 버금가는 집안으로 거듭났다.

여기에 미·중 무역 전쟁, 일본 수출규제 등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은 줄줄이 고꾸라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현대자동차는 나홀로 전진하고 있다.

재계 순위 만년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범현대가가 실적 개선, 사세 확장은 물론 연관 사업 간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며 재계서열 1위 삼성그룹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인 12일 각각 아시아나항공과 두산 면세점 사업을 품게 됐다.

우선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순위협상자로 선정됐다. HDC현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성공하게 될 경우, HDC그룹의 재계순위는 지난해 기준 33위에서 20위 내로 올라서게 된다.

정몽규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모빌리티에 미래 축을 두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과의 협업 구도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특히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차)를 중심으로 한 항공 운송서비스가 ‘당숙-종질’ 간의 접점이 될 수 있다. 플라잉카는 헬리콥터나 경비행기 등과 달리 소음이 적고 육상 운송수단에 비해 훨씬 빠른 이동수단으로 정의선 수석부회장 역시 최근 신성장 동력으로 언급한 분야다.

오랜 기간 다소 서먹했을 수 있는 범현대가 내에서의 새로운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같은 날 (주)두산과 면세점 임대계약을 체결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역시 주춤해진 면세점 사업에 다시 한번 힘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은 두타면세점에 명품 브랜드를 유치해 경쟁력을 키워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내년 창사 62주년을 맞는 KCC 역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5월 세계적인 실리콘 기업인 ‘모멘티브’ 경영권을 확보했다.

모멘티브 인수로 KCC는 세계 실리콘 시장에서 미국의 다우, 독일의 바커 등과 함께 선두 기업군에 오르게 됐다. KCC 정몽진 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 막냇동생 정상영 KCC명예회장의 장남이다.

KCC는 실리콘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사업을 주력 사업의 한 축으로 육성하고 국제적 신용도와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범현대가의 기업 인수합병(M&A) 움직임은 다양한 사업 간의 시너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라진성 키움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오일뱅크는 항공유,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점 및 기내식, 현대해상은 보험, 현대종합상사는 물류, 현대카드는 마일리지, 현대아산은 대북사업 등을 기대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현대차와 플라잉카,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협업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전반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 나홀로 실적이 좋아지는 부분도 눈에 띈다.

한동안 중국, 미국에서 판매 부진 등으로 주춤했던 현대자동차는 최근 반등세를 보이며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상반기에 지난해보다 26.4% 늘어난 2조62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차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앞세운 수익성 중심의 판매 전략이 효과를 거뒀으며, 여기에 달러 강세가 가세해 수출 중심의 자동차 업계에 호재로 작용하며 판매 부진을 메웠다.

3분기 영업이익 역시 1년 만에 30% 이상 급등했으며, 미국 시장에서도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을 겨냥한 팰리세이드를 비롯한 현대차의 SUV 판매량이 급등하고 있는 추세다.

재계 관계자는 “범현대가의 최근 행보를 보면 상호협력 차원에서 M&A를 계획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현대의 옛 명성에 걸맞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추게 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고 정주영 회장께서 ‘운이란 때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좋은 때와 나쁜 때가 있다’고 했는데 지금 범현대가는 좋은 때를 만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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