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공평한 수월성, 꼴등과 일등의 창조적 공존

입력 2019-11-18 18:32 수정 2019-11-1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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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자유한국당 대변인

▲이창수 자유한국당 대변인
▲이창수 자유한국당 대변인
‘공평한 수월성’. 꼴등과 일등의 창조적 공존. 둘을 한 교실에 밀어넣고, 중간쯤을 향해 강의하는 한국의 공(公)교육에서 이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핀란드와 중국이 평준화(平準化)와 수월성(秀越性)을 동시에 성취하는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낸 점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중학교는 꼴찌를 끌어올리는 공평한 교육으로, 고교부터는 영재(英才)의 능력 계발을 독려하는 차별화 교육으로 ‘공평한 수월성(fairness & excellence)’의 성과를 이루어 낸 것이다.

이런 교육의 ‘창조적 공존’을 뒷받침하는 엔진은 교사의 경쟁력이다. 핀란드는 석사 이상만 교사 자격을 주어 교사의 질을 높였고, 사회주의 중국은 능력에 따라 교사를 차등 대우해 ‘특별한 교사’를 길러내고 있었다.

1970년대 핀란드에선 교육 평준화를 놓고 격렬한 논란이 벌어졌다. 핀란드 정부가 일반학교와 영재학교를 합쳐, 9년제 의무 교육기관인 종합학교(comprehensive school)로 통합한 것이다. 그 이유를 핀란드 교육청의 라우카넨 자문위원은 ‘소국(小國)의 생존술’로 설명했다. “인구 500만 명의 핀란드로선 소수 영재뿐 아니라 대다수 학생의 역량을 함께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학부모 단체와 교육계에선 “둔재(鈍才)를 양산한다”며 반발했다. 계속되는 반발에 핀란드 집권 여당과 교육부는 석사학위 이상 보유자에게만 교사 자격을 주기로 하는 등 교육의 질 향상을 약속하며 설득 작업을 계속했다. 라우카넨 자문위원은 “데모나 극력시위는 없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컨센서스를 이뤄갔다”고 말했다.

이후 모든 핀란드 종합학교에는 수업을 못 따라가는 아이들을 위한 특수교사들이 모두 배치됐다. 학습 부진아만을 위해 특별수업도 진행시켰다. 전체적으로 보면 학생 개인별 특성과 학업 이해 수준 등을 고려해 맞춤형 목표를 세우고 진행하는 것이다.

덕분에 지금 핀란드 종합학교 9학년(한국의 고1) 학생은 세계에서 읽고 쓰는 능력이 가장 탁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실시하는 40개국 학생 평가 결과 늘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적인 교육수준도 공히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 이면엔, 숙제 등 타율적인 방식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하고 비판하는 방식을 우선하는 방침이 자리 잡고 있다.

꼴찌를 독려해 위로 끌어올리는 핀란드의 교육은 중학교까지다. 고교부터는 철저한 경쟁체제로 바뀐다. 진학부터 차별화된다. 종합학교 졸업생의 60%가 진학하는 일반고는 학년과 학급 개념이 없는‘무(無)학년제’다. 수준이 높으면 신입생이라도 졸업반 학생과 같이 공부할 수 있고, 고교 수준을 뛰어넘으면 수업을 받지 않아도 된다.

대학별, 학과별로 독자적으로 시행되는 대학입시는 대단히 치열하다. 원하는 대학·학과에 가려고 수차례 시험을 치르는 게 다반사다. 핀란드가 스위스경영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4년 연속 대학교육 경쟁력 1위를 차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핀란드의 고교 무학년제 교육방식이 우리로서는 매우 파격적으로 보이고 적용시키기 부적합한 부분도 있지만, 경쟁이 갖는 장점과 대학과정까지 이어지는 우수인재의 치열한 자기 노력은 우리가 고려해 봐야 할 사항들이다.

이러한 우수인재에 끼지 못한다고 해서 열등한 학생은 결코 아니며 그들 하나하나에 자신에게 보다 적합한 과정을 이수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교육이 할 일이다.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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