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간다] "신기해서 왔다"는 홍대 북한술집, '불법건축물'은 철거됐을까

입력 2019-11-19 16:46 수정 2019-11-1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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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 있는 북한 콘셉트의 술집. 그림이나 장식이 북한을 연상케 한다. (홍인석 기자 mystic@)
▲서울 마포구에 있는 북한 콘셉트의 술집. 그림이나 장식이 북한을 연상케 한다. (홍인석 기자 mystic@)

외관이 옥색으로 칠해진 건물을 들어서자 한복을 입은 여성이 손짓과 함께 인사를 건넸다. 자리에 놓여 있는 메뉴판에는 '료리차림표'라고 적혀있었다. '닭날개튀기', '인조고기볶음'. 생소하게 표현한 음식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두 달 전, 김일성ㆍ김정일 부자 초상화를 내걸었다 논란이 된 일명 '홍대 북한술집'의 모습이다.

기자가 17일 찾아간 이 음식점에는 벽면의 김일성ㆍ김정일 부자 초상화만 사라졌을 뿐, 북한 콘셉트를 그대로 유지한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국가보안법(국보법) 위반 논란까지 일었지만, 경찰은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북한이나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려는 목적이 아닌 호기심을 끌려는 방법이었고, 이후 점주가 초상화를 자진 철거한 것도 혐의에서 벗어난 이유가 됐다.

▲지난 9월 마포구의원들이 구청 관계자와 함께 현장을 둘러봤다. '불법건축물'로 판단되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지난 9월 마포구의원들이 구청 관계자와 함께 현장을 둘러봤다. '불법건축물'로 판단되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하지만, 논란이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불법건축물'이 문제가 된다는 지적(본보 9월 16일 보도)은 여전히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당시 공사가 진행 중이던 현장을 찾은 서종수, 김성희, 이민석 마포구의원은 간판과 돌출된 기둥, 주차장 위반 건축물을 지적하며 "허가를 취소시키겠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하지만 이미 공사가 허가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없었고, 이후 제재할 수 있는 규칙이나 법규를 검토해보겠다고 물러선 상황이다.

일부가 불법건축물로 판명이 났지만, 영업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강제 철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관련 규정도 마땅치 않다. 마포구청의 한 관계자는 "사유 재산이라서 강제로 철거를 집행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 대신 구청은 다른 방법으로 자진 철거를 유도할 방침이다. 구청 측은 "불법건축물로 확인된 것을 (도면에) 다 표기했다"면서 "시정 명령을 한 뒤, 이를 기간 내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물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총동원할 계획"이라며 "자진 철거하지 않는다면 고발 조치까지 검토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문을 열기 전부터 국보법 논란에 휩싸였고 불법건축물도 아직 남아있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큰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오후 7시가 되기 전 5개 식탁에 손님들이 앉아있었고, 한 시간 뒤에는 1층 매장이 꽉 찼다.

이곳에서 만난 임주현(25ㆍ가명) 씨는 "생각한 것과 달리 음식이 평범해서 또 올 것 같진 않다"면서도 "분위기가 색다르다 보니 한 번씩 와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른 손님 역시 "분위기가 신기해서 왔다. 논란이 된 것은 알지만 호기심에 한 번 와봤다"라고 답했다.

▲북한을 떠올리게 하는 필체가 눈에 띈다. 이색적인 분위기에 외국인 관광객도 큰 관심을 보였다.  (홍인석 기자 mystic@)
▲북한을 떠올리게 하는 필체가 눈에 띈다. 이색적인 분위기에 외국인 관광객도 큰 관심을 보였다. (홍인석 기자 mystic@)

오히려 더 큰 관심을 보인 건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이들은 술과 음식을 먹으며 외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관광객들 역시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이곳을 찾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우려하는 시민도 많다. 탈북 유튜버인 장명진 씨는 이 술집이 논란이 되자 "아직 북한 초상화만 봐도 무섭고 살 떨리는 사람들이 있다. 상처받은 사람들도 있다"라며 반발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홍대 인근에 사는 이주현(25) 씨는 "북한과 사이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런 술집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면서 "강제로 철거할 수 없고 제재할 수 있는 규정도 없다면, 찾지 않는 것이 최선책 아니겠냐"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오후 9시가 되기도 전에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았다. 논란을 의식하지 않는 눈치였다.  (홍인석 기자 mystic@)
▲오후 9시가 되기도 전에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았다. 논란을 의식하지 않는 눈치였다. (홍인석 기자 my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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